물도 한 잔 마시고요.
지겨워.
있잖아, 우리 그만 헤어지자. 때가 된 것 같아. 너에 대한 내 사랑의 유효기간은 딱 일 년인가 봐. 사실 시작부터 정해진 이별이었지. 그래도 미안해. 나는 너무 늙었고, 지쳤어. 너의 지나친 젊음을 감당하기에는 내가 많이 모자라.
처음 만났던 그날 기억해? 코끝이 살짝 시린 이른 봄이었잖아. 너는 반짝였고, 나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예뻤어. 적당히 살이 오른 거울 속 내 얼굴이 맘에 들었었거든. 지금은 다시 볼이 쏙 들어가 버렸지만 말이야. 너와 함께 한 시간의 댓가라고 생각해.
우리 참 많은 시간을 함께 했지. 월화수목금, 하루 6시간씩. 네 모든 걸 알게 됐어. 점심에 뭘 먹었는지, 어디가 아픈지까지 말이야.
그래. 우리 너무 많이 봤다. 서로 지겨워질만도 해. 너의 얼굴, 목소리가 자꾸 거슬리는 나를 돌아 봤어. 사랑이 변했다고 슬퍼하지는 말자. 단지 헤어질 때가 된 것 뿐이야.
문장에 쉼표를 찍듯, 삶 속에서 나만의 작은 방학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