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독서를 방해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를테면 SNS나 유튜브, 티브이, 축적된 피로, 한정된 시간 같은 걸림돌 말이다. 그렇다면 나의 의지가 바위처럼 굳건해서 도파민의 유혹을 뿌리치고 조용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걸까. 결코 아니다. 지난 독서 시간을 돌이켜보니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책을 읽고 싶은데 끝까지 읽어 내는 게 어려운 초보 독서가들에게 책장을 계속 넘길 수 있는, 완독 할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한다.
첫 번째. 관심 있는 분야부터 읽어라.
주로 어린이 독서교육에서 자주 하는 말이지만 성인인 초보 독서가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책을 끝까지 읽으려면 동기가 필요하다. 그런데 그 동기는 주로 해야만 하는 부담만 줄 뿐 지속적으로 읽어내는 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무조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위인들이 남긴 고전이나 베스트셀러를 성큼 잡기보다는 최근 가장 흥미가 있는 분야의 책부터 골라본다.
요리, 역사, 재테크, 돈, 심리, 미술, 글쓰기 등 생각 이상으로 주제가 세분화돼 있다. 요리라면 음식이나 레시피를 주제로 한 에세이도 있고, 재테크 책도 지루한 정보나 지식 전달 말고도 개인의 성공 사례를 담은 풍부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다룬 책도 많다. 내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일단 고르면 된다.
역사나 과학 같은 다소 어려워 보이는 주제라면 아동용 또는 청소년용 도서도 적극 추천한다. 쉽게 쓰였을 뿐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이해하기 쉬운 구어체로 쓴 경우도 많고 책 두께도 가벼워 성인들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겐 책을 끝까지 읽어본 경험이 꼭 필요하다.
완독 하는 경험이 쌓이면 성취감이 생기고 두꺼운 책이라도 덤벼볼 수 있는 자신감이 붙는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끝까지 읽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책 읽기는 숨쉬기만큼 쉬어진다. 그래서 어려운 책도, 재미가 없어도 읽어야만 하는 책까지도 수월하게 완독 할 수 있다.
둘째. 그냥 읽어라. 계속 읽어라.
책을 읽을까 말까, 읽어야 한다, 읽기 싫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손을 뻗어 책을 잡는다. 내적 갈등이 생기기 전에 나의 의지를 시험하게 두면 안 된다.
핸드폰도 가까이 두면 계속 손이 간다. 우리의 시간을 노리는 각종 알람을 잠시 무음으로 두고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최대한 멀리 둔다. 대신 책을 근처에 둔다. 식탁이든 책상이든 소파든 말이다. 핵심은 눈에 보이는 곳에 둔다는 것.
나의 경우는 책을 읽다가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받거나 할 때는 표지를 덮지 않는다. 펼쳐서 놓는다. 그러면 물 흐르듯 다시 책을 잡게 된다. 책을 펼쳐 놓는 것만으로 아직 독서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독서라는 행위가 일시적인 상황으로 중단되지 않도록 말이다.
나의 의지를 테스트하는 데 에너지를 쓸 게 아니라 독서하는 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지는 방법을 선택하지 말고 이길 수밖에 없는 곳에 나를 두자. 독서 환경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그냥 읽는다. 계속 읽는다. 책에 빠질수록 너무나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 쪼개서 읽어라
책의 두께와 글씨 크기가 책의 가치와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관련은 있다. 결국 우리가 독서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도 지혜와 지식을 쌓기 위해서가 아닌가.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좋은 책들은 두께가 상당하다. 대개 양서들은 400페이지 이상의 작은 글씨가 특징인데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그동안 완독했던 습관과 경험을 뒷심으로 삼아 도전해 본다.
일단 쪼갠다. 하루에 30페이지 또는 50페이지로 나눈다. 그럼 책 한 권을 며칠 만에 읽을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다. 무조건 빠르게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완독 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쪼개서 나누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부담이 덜어진다. 읽기 전엔 부담스럽고 어려울 것 같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꽤 읽을 만하다는 생각도 들고 기대 이상으로 흥미로울 수도 있다. 그러니 선입견은 접어두고 일단 읽어본다.
수렵꾼이 되어 문장을 채집하라.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 보면 좋은 구절을 만날 때가 있다. 이럴 땐 문장을 꼭 잡아 두어야 한다. 인생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서든 글쓰기를 위해서든 보조 기억장치를 마련해 두는 것이다. 나의 경우 비공개 블로그에 기록하는 편인데 스마트폰은 어디든 갖고 다니니 휴대하기 좋은 수첩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직접 입력하지 않고 사진으로 찍어도 된다.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고 검색해서 찾을 수도 있으니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다.
완독 후엔 단 세줄이라도 간단한 리뷰를 남겨보자. 책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문장이어도 좋다. 기억보다 기록의 힘이 더 세다.
책을 읽으며 “아”라는 감탄사가 나올 때도 있고, 웃음이나 눈물이 날 때도 있다. 굉장히 진귀한 경험인데 작가와 내가 책이라는 매개로 서로 공명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된다. 사람이 책을 만들었지만 책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되고, 그가 내는 책을 손꼽아 기다린다. 또 그러한 감동을 맛보기 위해서.
독서가가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