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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롭게 Nov 20. 2024

저출산 고령화 시대, 노인을 위한 마트는 없다.

일상

아침 8시 50분 아이들 등교미션을 마무리하고 맥도널드에서 아침메뉴를 먹고

마트로 향했다. 프리랜서로서 누릴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다.


마트에 가니  30명 정도의 줄이 있었다. 무슨 줄이지?

마트 안에 이미 장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마트입구에서 줄을 서야 들어갈 수가 있나?

지나가던 점원께 이 줄은 무슨 줄이냐고 물었다. 줄을 서야만 들어갈 수 있나요?

배추줄이에요. 김장철이라 줄을 섰나 보다. 앞쪽으로 가시면 되어요.라는 말에

앞쪽으로 향했다. 남자직원 세분이 입구를 통제하고 계셨다. 어떤 남자 어르신께서 나는 배추 사러 안 왔어.

들어가게 해 줘.라고 말했다. "지금 10시 아니잖아요!"라고 큰소리를 치셨다. "지금 9시 59분인데?" "그러니까 10시아니잖아요!"

노부부는 힘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마트입장시간이 10시인데, 내부에서 장보고 있는 사람은 머지?

난 여유롭게 2층부터 가전제품을 구경한 뒤 1층으로 내려왔다.

저녁에 구이로 먹을 소고기를 고르려는데 30% 20% 신**에 적립하면 할인해 준다는 문구가 있었다. 소고기위에 할인 스티커는 없고 위쪽에 광고 문구만 있었다. 점원을 기다렸다가 할인되는 게 맞는지 확인했다. 구이용도 할인이 된다고 한다. 몇 개의 저녁거리를 산 뒤 결제하러 줄이 없는 곳으로 갔다. 80대 할머니께서 결제 중이셨다. 꼬깃꼬깃한 만 원권이 여러 장 나왔다. 점원만원이 모자라요. 금액은 6만 6천 얼마 정도. 잔돈을 받는 것도 팔을 뻗는것도 힘들어 보이셨다. 바쁘지 않았기에 느긋하게 기다리며 구매하신 반찬통을 담아드려도 되는지 묻고 담는 것을 도와드렸다. 어르신은 할인을 받지 못했는지, 이제야 이마트 카드를 찾으셨다며 보여주셨다.

결제점원은 난감하지만 이중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드가 안 읽혔다.


점원 : "어머님, 이 카드는 안되어요. 앱을 깔으셔야 해요. "

어르신 : "2층 고객센터 가서 가서 하면 되나요?"

점원 : "아니요~ 댁에 자녀분 들오시면 도와달라고 하세요."

나 : "도와드릴까요? "

어르신 : " 자녀들 오면 물어볼게요. 몸이 잘 안 움직여지네요. 고마워요. "

나 : " 그런 날이 있어요. (혹시나 자녀분들이 올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기에) 가까운 복지관으로 가보세요. 알려주실 거예요. 저는 복지관에서 스마트폰 수업하는 사람이에요. "


오전의 이 짧은 만남은 노인을 위한 마트는 없다는 느낌이 든다.

순간 정용진 회장님 인스타에 댓글이라도 남기러 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 글을 보신다면 시니어분들을 위한 앱까는 방법을 알려주셨으면. 생각해보니 나도 몇년전 자주가지 않는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직원분이 알려주셔서 앱을 깔았던 기억이있다.)


나쁜 사람은 없지만, 그 당시 좋아 보이진 않았다.

누구나 늙는다. 삶은 치열하다. 노인은 귀찮은 존재인가.

우리의 삶은 바쁘다. 바쁨이 죄악이 될 수 있다는 인터뷰를 들은 적이 있다.


많은 인파 속에서 70대 후반 80대 노인은 아침장을 보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오셨을까.



복지관 수업, 어머님 아버님들은 마지막에 이런 얘길 자주 하신다.

"선생님, 가르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잘 까먹어요. 계속 물어봐서 미안해요. "

몸도 예전같지 않으시고 혈압이 없으셨던 어머님은 심장수술 후 저혈압이 되셨다고 한다. 우울증도 겪고 계신다고 하셨다. 건강한 노인이 몇 분이나 계실까. 오래된 차도 녹슬고 기능을 다하면 갈 수는 있으나 삐걱거리는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어떻게 자존감을 올려드려야 할까 싶어서 이런 말을 내뱉었다.

"어머님 ~ 오늘아침에 일찍 일어나셔서 운동도 다녀오시고 여기 오시느라 멀리서 걸어오셨죠? 고생 많으셨어요. 준비시간 다 합치면 30분이 넘으실 텐데, 나 자신 수고 많았다고 셀프토닥토닥 해주시게요~!"

두 팔을 크로스로 하고 어깨를 토닥토닥, "옥자야, 고생 많았다."


수강생어머님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다음시간 수업은 이마트 깔고 적립하기로 정했다!

다행히 수업하는곳 주변에는 대형마트는 없다.


어제저녁, 존스혼킵스 소아 정신과 의사셨던 지나영 님의 강의를 들었었다.

누군가의 단점이 다른 곳에선 단점이 아니기도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는 빠른계산이 장점이 된다면 이곳에선 여유 있게 이야기를 나누며 계산을 한다고 한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웃음이 오고 간다고 한다. 뒷사람은 기다리는 것을 기분 나빠하지 않는단다. 나에게도 그렇게 해줄 것을 알기에.


저출산 고령화 시대, 20년뒤면 한학기 15,000원으로 배움의 복지를 누릴수 있는 복지관에 갈 수 있다. 그리고 마트에 가면 같은 일이 생기려나도 싶다. 바쁜 현대사회. 누군가의 잘못이라 하기에는 바쁘고 각박하다. 누군가에겐 치열한 삶이 열심히 사는 삶일 테, 누군가에게는 여유 있는 삶이 아름다운 삶일 테니.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책 "사랑인줄 알았는데 부정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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