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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롭게 Nov 20. 2024

"선생님, 이번에는 감 그려요!" 감 수채화 그리기

미술시간

연간계획서에는 여러 가지 수업주제들이 적혀있다.

어머님들과의 수업시간.

수업주제는 가끔 이렇게 변경된다.


감 그리기 시간, 동글동글 감이 참 예쁘네요.

납작한 단감그림이다. "홍시 그리고 싶어요."

"이런 감은 곶감으로 하면 맛이 없어."

"이거 다 그려요?"


여기저기 질문이 쏟아진다.

"저는 저번시간 은행나무 아직 완성 안 했는데요."

도와달라는 신호이다. "어머님 저랑 같이 하면 돼요."


감 스케치 후, 채색시간.

나도 앞에서 한 번만 보여드리고 진행하고 싶다.

하지만 열심히 설명 후 나중에 고백을 들었다.

사실 잘 안 보여요.

어머님들의 연세, 노안.

그래. 나도 안경 으면 딸도 못 알아볼 정도로 안 보인다.

우리 눈은 25살부터 노안이 시작된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이런 고백도 어려워하신다.

이 마음을 알기에 어렵게 속삭이시며 얘기해 주심에 감사하다.


15명의 어르신께 한분한분 색상을 설명해드린다.

노랑과 주황을 섞어서 먼저 밝은부분을 칠해주세요. 빛을 받는 부분은 남겨두시면 되어요.

여기는 반사광부분이예요. 뒤에 있는 감보다는 밝게 하시면 됩니다. 흰색부분은 흰색으로 칠하시면 안돼요. 아크릴화와는 달라요.

말씀드려도 귀가 잘안들리셔서 못들으시기도 하시고 들었어도 잊어버리곤 칠해오시기도 하신다.


아직도 스케치가 두려운 어머님들이 계시다.

스케치시간 못나오셔서 두가지를 병행하기엔 마음이 바쁘고 버거운 날이신거다.

먹지를 추천하지 않지만 이런방법도 있다며 먹지를 쓰윽 내민다. 금새 완성된 그림에 좋아하신다.

완성사진보다 미완성 사진이 참 아름답다.


늘 어렵다. 이걸 어떻게 해요?라고 이야기하시며 끝내 완성하시곤 하는 80대 어르신의 성실한 그림들.



매주 보는 선생님이 지겨울 수도 있고 몇 년 째보는 선생님이 별로 일수도 있는데 성실하심에 감탄이 나오는 어르신들이 있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내수업이 아닌 다른 수업도 성실히 들으신다. 추우면 오기 싫을 수 있고 아픈 날은 쉬고 싶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감을 그리자던 어머님은 어제 못 나오셨다.

병원에 정기검진을 가신 것 같다.

매주 매년 뵐 수 있는 게 다행이다 싶다. 어머님, 건강히 오래 뵈어요. 아픈 날은 쉬셔도 되어요.


다음주가 완성하는 날이다.

파이팅입니다. 멋진 정물화가 완성되는 날.

고흐보다 멋진 그림입니다.


나만의 색을 담은 그림.

색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준다.

노랑은 아이의 색. 주황, 오렌지는 비타민과 같은 컬러이다. 열정적인 빨강과 아이의 색이라 불리는 노랑을 합친 주황색.

색채 심리학에 따르면 주황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활동적이고 건강하며, 낯가림이 적고 개방적이라고 한다. 주황색을 보며 활력을 충전해보시길 추천합니다.


모두 비타민 충전하시길요!


서울역의 주황색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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