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먹는 와인이 맛없는 이유
와인을 마시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지난번 와인바에서 마셨던 그 와인을 사다가 집에서 마셨는데, 왜 맛이 다르게 느껴질까?”
필자가 와린이 시절 이런 질문을 던지자, 와인 고수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랑 먹었는지 잘 생각해 봐”
틀린 말은 아니다.
내 기분과 분위기는 그 와인 맛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이니까.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취기가 가득한 상태에서 추가로 주문한 1병의 와인은 로마네꽁띠 보다도 맛있는 법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른 측면에서 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집에서 먹는 와인과 와인바에서 먹는 와인의 맛에 차이가 나는 이유를 다섯 가지로 설명하고자 한다.
와인의 서빙 온도는 지켜주는 것이 무조건 좋다.
가령 레드 와인의 통상 적정 음용온도는 15도에서 18도 사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레드 와인 중에서도 섬세한 와인은 12도에서 14도로 마시면 더욱 좋다.
그런데 실온을 생각해보자.
최소 20도 이상이다.
한편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바로 꺼낸 와인은 최소 8도 미만이다.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통상 그 온도를 13도에서 15도 사이로 세팅을 하기 때문에, 레드 와인을 셀러에서 바로 꺼내어 먹어도 좋다. 그러나 와인 셀러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와인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면 적정 온도로 와인을 서빙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보르도 레드 와인의 경우, 시음적기라는 개념이 적용되는 대표적인 경우이다.
가령 샤또 꼬스데스뚜루넬 2000 빈티지를 2003년도에 마시는 사람과 2024년도에 마시는 사람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하는 것이다. 열리지 않는 와인이란 개념은 주로 보르도 레인 와인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쉽게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된장찌개를 만들었는데 물이 끓지 않아 된장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최근 양조 트렌드가 바로 마실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고가의 와인들은 시음적기가 병입 후 한참 뒤에 다가온다.
이를 무시하고, 고가의 최근 빈티지 와인을 오픈하시는 분들은 그 와인의 진정한 면목을 발견하기 쉽지 않다. 반면 소믈리에가 서빙하는 와인바 및 식당에서는 소믈리에의 추천 과정을 통해 시음적기에 도달하지 않은 와인들이 리스트에서 배제되거나 리스트에는 존재하지만 추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