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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송 Dec 12. 2024

헤어질 줄 알았지

함께 산다는 건


팔을 들어 슬픔을 받치고 선 모양.
나란한 두 개의 기둥.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친구의 정의다.
그러니 팔이 아프면 조금 꾀를 부려도 좋아.
오늘은 나의 친구들에게
그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써야겠다.
당분간은 내가 받치고 있을게.
손으로 안 되면 발로라도,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그러니까 다녀와.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숲길도 걷다 와,
기다릴게

_ 안희연 <단어의 집> 중에서



신혼 부부에겐 결혼 선배 같고  

삼십 년 함께한 부부에겐 신혼 같은  

우리, 십일주년.



헤어질 줄 알았지.  

‘이게 될까?’ 싶었던 날이 없었겠어?  

좋다고 만났는데  

사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



그냥 살다 보니  

벌써 십일 년이 흘렀네, 싶었지.  

그런데 아니더라.  

내 손이 무거울 땐 당신이 들어주고,  

당신 팔이 버거울 땐 내가 잠깐 받쳐주고.  

우리 어깨가 무거운 날엔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주물러줘서  

그렇게 흘러왔어, 십일 년을.



"안 변해, 안 변해. 아직도 몰라?"  

가끔은 가시처럼 뱉어낸 말들.  

그럼에도 알게 모르게  

변해 보려고,  

알아가 보려고,

마음을 쥐어짜던 순간들이 있었지.  

그걸 이제 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해.



서로를 위해 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자.  

그 무게에 지쳐 주저앉지 말자.  

그냥 각자  

더 나은 사람이 되자.  

가정 안에서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사람이 되자.



십일.  

나란히 놓인 두 개의 하나처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걷자.  

그렇게, 같이 걷자.




건반 밖 엄마, 서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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