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다는 것
햇빛이 너무 강렬한 날이었다. 운전 중에 내리쬐는 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고개를 돌렸다. 눈이 부셔서 도저히 앞을 똑바로 볼 수 없었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선바이저를 내리고 손으로 눈을 가려봐도 소용없었다. 태양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듯한 광휘로 하늘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 순간, 문득 깨달았다.
빛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눈을 감게 되는구나.
강한 눈부심이 피할 수 없는 압박으로 느껴지는 순간, 나는 반대로 석양을 떠올렸다. 석양은 태양과 다르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노을이지만, 눈을 감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도록 바라보게 한다. 붉게 물든 하늘과 따뜻한 빛은 나를 멈추게 하고, 내면을 채워준다.
강렬한 태양과 석양의 차이는 단순히 빛의 강도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삶의 두 단면, 혹은 우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가지는 두 얼굴을 상징하는지도 모른다.
음악을 조금 알던 시절, 나는 떠오르는 태양 같았다. 빠르고 정확하게 연주하는 것만이 나의 전부였다. 연습실에서는 실패와 반복을 견디며 완벽한 연주를 향해 온 힘을 쏟았다. 손가락의 속도와 테크닉이 내가 음악을 대하는 방식의 전부였다. 쇼팽과 리스트의 연습곡을 완벽하게 치는 것이 나에게 진정한 성취로 느껴졌다.
그 시절, 나를 사로잡았던 연주는 피아니스트 키신이나 랑랑의 젊은 시절처럼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피아노를 장악하는 그 모습은 나에게 음악의 정점처럼 보였다. 호로비츠의 깊은 연주보다는 강렬한 에너지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렇게 치열하게 음악을 쫓던 나에게도 한계가 있었다. 너무 격렬한 태양 아래에서는 그림자가 사라지듯, 나는 내가 진짜 무엇을 연주하고 있는지 종종 잊곤 했다. 음악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보지 못한 채, 손가락의 움직임만을 쫓았다. 피아노의 음표는 살아 움직이는 언어인데, 나는 그 언어를 읽으려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연주에 대한 나의 태도는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빠르고 정확하게 치는 것보다, 더 깊고 따뜻한 연주를 원했다. 치열한 연습으로 얻어낸 기술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은 이제 단지 도구일 뿐이었다. 선생님은 종종 내게 물었다.
무엇을 말하고 싶니?
이 음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니?
선생님의 질문은 나를 멈춰 세웠다. 그 한 마디는 손끝의 기교를 넘어서 음악의 진짜 의미를 찾게 만들었다. 그저 손가락이 아닌 마음을 담아 연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을 거다. 쇼팽의 연습곡 '추격' (Chopin Etude Op. 10, No. 4)을 연습하며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 긴박하게 휘몰아치는 움직임 속에서도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쫓거나 도망치는 듯한 심리가 담겨 있는 이 곡은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무엇을 되찾고자 하는 갈망일 수도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음형 속에서 희망적인 해소를 찾아가는 여정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치 뜨거운 태양이 저물며 석양이 되듯, 내 소리는 훨씬 더 부드럽고 온화해졌다. 강렬한 에너지를 뽐내던 시기를 지나, 나는 모든 음에 나의 경험과 감정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한 곡을 연주할 때마다, 나는 나의 삶을 투영하고 그것이 관객들에게 전해질 때, 비로소 음악이 완성된다고 믿는다. 음 하나의 작은 실수가 그 음악 전체를 흐트러트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음악은 떠오르는 해와 저무는 석양이 모두 필요하다. 젊음의 에너지와 성숙의 온기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그 안에 진정한 생명이 깃든다. 내가 처음 연습실에서 음악을 배울 때는, 태양 같은 시간만 중요하다고 믿었다. 석양 같은 시간, 깊이와 성찰의 순간이 없다면 음악은 단지 소음일 뿐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우리는 모두 태양 같은 시기를 겪는다. 치열하게 도전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며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하지만 석양 같은 시간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깨닫는다. 모든 것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중요한 것은 내 안의 따뜻함과 깊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피아노를 치며, 나는 그것을 배웠다. 내 안에 뜨겁게 타오르던 태양을 지나, 석양 같은 사람이 되기를. 나의 연주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곁에 오래 머물고 싶은 온기를 전하는 음악이 되기를.
건반 밖 엄마, 서나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