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로움은 그냥 고인 물인 줄 알았는데 자꾸 커지고 커져서 결국 바다가 되었다. 그 바다는 내 마음에 자리 잡고 있어서 언젠가 그 바다에 빠져서 허우적거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 바다에 빠질 때면 항상 '인생의 본질은 외로운 거야'라고 혼잣말로 되뇌지만 계속 그 바다에 머물고 있다. 끝이 없고 빠질까 봐 무섭고 빠지면 더 깊은 곳으로 가는 곳, 벗어날 수 없는 외로움이라는 바다는 나의 삶 한가운데에 있다.
그 바닷속에서 죽고 싶지는 않기에, 생존을 위해 타야 하는 배가 있다. 근데 그 배는 언제나 음악이었다. 음악이라는 배는 외로움이라는 바다에 빠질 때마다 항상 나에게 찾아온다. 그 바닷속에서 나를 건져주고 추워진 마음을 감싸주는 음악은 내가 사는 이유가 되어버렸고 내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음악은 아름다움과 즐거움과 공감을 지닌 신비로운 것이었지만 항상 음악과 나 사이에 거리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음악을 너무 신비롭게 느꼈고 신비롭다고 생각해서 음악이 완전히 내 인생과 어울린다고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신비로운 음악이 나의 인생으로 들어온 것은 선율이 아니라 가사였다. 나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가사들이 담긴 음악을 찾고 듣게 된 순간 나의 존재를 인정받는 느낌이 들었다. 타인에게도, 자신에게도 나의 존재는 인정받지 못한다. 근데 어떨 때는 버림받았다고 느끼고 짓밟힌 나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건 가사였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아픔, 감정이 담긴 가사는
나의 목소리가 되어준다. 타인이 나와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은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위로가 된다. 그리고 나의 아픔을 함께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존재라는 건 존재하는 본질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 존재가 다른 것과 상호작용할 때 존재하는 실존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에 내 인생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건 음악이라는 매개체밖에 없기에 나는 내가 존재함을, 실존함을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사회에 살아가면서 나는 껍데기 같은 삶을 산다. 나의 속마음은 더 숨기고 사회의 탈을 무겁게 쓰고 살기에 사회기관에서 하는 나의 행동은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 억지로 하는 것이기에 매일매일 상실감과 외로움만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조차도 찾을 수 없고 이미 잃어버린 나 자신을 불러주고 찾아주는 게 음악이다. 외로움에 바닷속에 빠졌을 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나는 나를 더 끌어내려 그 바다에 더 잠기게 만들 뿐인데 음악이 유일하게 나를 그 바다에서 건져내 준다.
나는 언제나 외로움이라는 바다에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고 또 언제 빠질지 모르는 바다가 너무 두렵지만 나의 인생을 담은 가사를 통해 나는 그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기에 내가 또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릴 거지만 음악이 함께할 거기에 조금은 두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