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맨날 틀리지
에라이 오늘도 틀렸다.
이 놈의 아이디, 비밀번호.
자주 들어가는 사이트가 아닌 다음에서야 왜 이렇게 한방에 맞추기가 어려운 것인지.
어디는 숫자에 특수문자가 들어가야하고,
어느 사이트는 또 비밀번호는 8~12자리로 제한해 놓았다.
그뿐인가
영문으로 하면서 대문자 소문자 다 넣으라고 하고,
3개월 혹은 6개월마다 비밀번호 바꾸라고 부지런히 창이 뜬다.
안바꾸면 진입이 안되는 사이트도 있고, 바꾸더라도 바로 앞앞전 비번으로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정말 창.의.적으로 비밀번호 정책들을 펴시는 바람에..
가끔씩 들어가는 사이트에 접근할 때마다 나의 지능을 평가받는 기분이다.
슬픈건 이 지능이 점점 떨어진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낀다는 점.
예전에는 그래도 몇번의 시도 끝에 통과였는데, 요즘은 귀찮아도 노트에 적어두려고 한다.
우리 할머니께서 그렇게 노트에다가 여기저기 전화번호 다 기록해놓으셨는데
침묻혀 넘기며 거기서 중요한 전화번호를 찰떡같이 찾아내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나에게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세상살기 참 편해진 건 맞는데 편해진 세상에서 내가 자꾸 게을러져서 이런 비밀번호도 제대로 외우지 못한다는걸 더욱 자주 느끼게 된다.
암기력이라면 정말 자신있었는데!
어제그제일도 노력해야 떠오르는 나, 차를 몇층에 주차했는지 사진 찍어놓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려운 요즘의 나를 보면 참 서글프다.
예전에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외워서 다녔고 길고 긴 친구 삐삐번호도 당연하게 내 머릿속에 있었다.
그 시절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 훨씬 부지런했다는 것.
하고 싶지 않아도 내가 저 친구 전화번호를 알아야겠으면 다이어리에 메모했고, 어쩔 수 없이 쉴새 없이 손을 움직여야했는데 이젠 엄지손가락 몇 번 꾹꾹 누르면 내 손안의 비서가 정확하게 안내해준다.
이렇게 편한 세상에 익숙해지다보니 당연하게 기억해야 하는 것들에 무심하게 되고 귀찮음을 느껴가고 있다.
이것이 내가 쓰기를 시작한 이유다.
정해진 일들만 수행해 가는 것도 벅차 나의 머리를 쓰지 않으려 하는 관성으로 갑갑한 일상을 살고 있는 나에게 쓰기는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고민하는 인생, 기억하는 삶.
늦은 것 같지만 앞으로 남은 수십년의 세월이 조금 더 의미있어지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써본다. 내일도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