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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마샤 Nov 01. 2024

서로의 시너지를 위하여!

동그라미가 될 때까지 싸워라. 이기는 편. 우리 편 :)

"엄마, 이 고기 익은 거예요? 먹어도 돼요?"

'나도 우리 엄마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들키지 않으려 했던 당황스러웠던 내 눈빛과

이걸 묻는 너희에게 애매하게 답해주었던

소심한 엄마가 된 나.


보통의 여자사람에서 엄마로의 그라데이션 과정이 바로 이런 장면이 아니었을까.

너희들의 질문으로 나도 함께 자라고 있었으리라.




그러나, 그러한 훈훈한, 혹은 평범한 질문들로 가득찬 시간들은 아니었다.

생각지 못한 오만가지 질문을 하는 F아들.

의심이 많은 이 아이는, 돌다리를 두들겨보는 차원을 넘어선 돌다리의 안정성 검사까지 마쳐야 한 걸음씩을 떼는 스타일이다.


칫솔이 세면대에 떨어졌어요, 세균이 생긴 건 아닐까요?

양치하다 세면대 물을 먹은 거 같아요. 어떻게 하죠?

이 과자를 먹으면 너무 달아서 나중에 병이 생기지는 않을까요?

엄마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아프면 내 마음이 불안해요.

이제는 무뎌진 많은 질문들 가운데, 귀찮은 날도, 걱정되는 날도 참 많았다.

이 아이는 왜 이런 부분이 자꾸 불안한 걸까.

왜 걱정에 휩싸여 옴짝달싹 못하는 것일까.

무한 상상력으로 뻗어나가는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들을 키우면서 안정감을 주지 못한 나 자신을 얼마나 자책했나 모른다.

때론 주변에서 상담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들었더랬다.


 주변의 반응은 나를 흔들리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 아들이 나를 닮았네.)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T딸이 있다.

세면대 물 먹어도 안 죽어. 너 평소에 먹는 채소에도 수돗물이 조금씩은 묻어있어. 수돗물은 정수처리 되어 있고...(길다 길어. 이하생략.)

그 과자 먹고 당뇨에 걸린다면 너희반 친구들은 모두 병원에. (무척이나 적나라한 설명. 이하 생략.)

감기로 엄마의 수명이 단축되지는 않아.(어, 그래 엄마 걱정돼서 하는 말인 거지? 이하 생략)


뻘하게 터지는 무덤덤한 누나의 답변들이 의외로 동생에게는 위로가 된다.

게다가 책을 많이 읽는 누나의 답변이 동생에게는

마치 내가 네이버나 유튜브에서 찾는 그 어딘가의 조언에 해당되는 위안쯤 되리라.


의심 많은 성격. 아직 세상을 믿고 나아가기에는 미심쩍은 부분이 많은 아이. 마음이 크는 게 더딘 아이.

그런 동생에게는 무심한 듯 툭 던져주는 괜찮아. 안죽어. 라는 이성적인 누나의 메시지가 흐릿했던 머릿속 안개의 습기를 말려내는 햇빛과 같으리라.

그렇게도 싸우는 너희들이지만,

이렇게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있구나 싶어 딱 5초 둘이라 좋다. 생각했더랬다.

찰나의 기쁨 뒤 바로 또 싸우는 너희들. 하아.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부족함을 채워 충만한 상태로 나아가기 위함'

그 이상의 의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와 다름으로 위로받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내가 흘리고 가는 부분을 주워주는 눈을 가진 이가 가까이에 있다는 것은 분명 축복일 테니까.

너희가 서로의 선을 넘나들며 싸워대는 지금의 시간들도 훗날 서로의 지경을 넓혀간 시간으로 추억 되리라 혼자 생각해 보는데.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싸우고 있다.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다르고 다른 세모진 너와 네모진 너는 언제쯤 동그래질까?

이어폰을 끼고 조용하고 우아한 BGM을 한껏 크게 깔아보는 저녁이다.

엄마는 충분히 동그래진 거 같긴 해. 나는 빼주라.

이기는 편. 우리 편. 

치열하게 다툰 후, 다만, 아름답게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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