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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컹크 Oct 29. 2024

회사원의 일탈

스톡홀름 주말여행

지난 부활절 휴가(3월 31일: 일요일/ 월요일 대체휴일)에 투표를 빌미로 스톡홀름에 짧게 다녀왔다.

대사관이 스톡홀름에 있기 때문에, 이래저래 괜찮은 여행계획이라 생각했다.

스웨덴 남부에 사는 내가 스톡홀름을 방문한 건 저 때가 세 번째였다.


3월 30일 토요일 오후 기차를 타고 스톡홀름 센트럴역에 저녁 8시 반 정도에 도착해서 일본라면 하나 사 먹고 바로 호텔로 향했다.

3월 말에도 꽤 쌀쌀해서 우동 먹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없어서 시킨 일본라멘

걸어 다닐 계획으로 호텔은 최대한 센터에 그나마 저렴한 곳으로 1박 예약했다.


31일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조식을 먹은 후, 바로 체크아웃하고 대사관 가서 투표한 이후부터는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돌아다녔다. 일요일밖에 시간이 없는 일정으로 다녀온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조식을 맛있게 먹긴 했지만 주스 가지러 일어났다가 돌아와 보면 먹던 걸 치워 당황했었다. 여러 번 테이블을 옮겨가며... 먹을 만큼 먹고 나오긴 했다.


내가 사는 남부보다 확실히 쌀쌀한 느낌이었다. 호텔에서 대사관까지 30여분 걸어갔다. 휴일이라 그런지 길에 사람이 별로 없고 정적이 흐르는 것 같았다.






구글맵을 따라 도착한 대사관.


건물이 멋지다 생각했다. 여러 나라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곳에 한국 대사관도 자리 잡고 있었다.

물론 투표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정도?


재빨리 투표를 마치고 관광을 시작했다.

스톡홀름 가기 전, 이미 어느 정도 짜 놓은 루트가 있었다. 


날씨 때문에 계속 밖에 있기에는 추워서 안에 들어가서 볼 만한 것들을 생각해 두고 갔었다.







대사관에서 20분 정도 걸어서 도착한 곳은 바사 박물관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박물관 중앙에 비치된 거대한 바사호가 압도적이었다.

평소에 배에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 관심이 생길 만큼 특이한 스타일의 박물관이었다.


이 박물관에서 두세 시간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층층이 바사호와 관련된 전시도 되어있고, 은근히 볼게 많았다.


바사호에서 발견된 유골들을 복원해 놓은 전시도 기억에 남는다.

해골들 옆에 3D로 발견된 해골이 이런 모습이었을 것이다 보여주는 흉상들도 있었다.


북유럽 사람들이 덩치가 크다고 생각했던 나를 놀라게 한 전시이기도 하다.

발견된 해골들의 키는 170 cm 가 안 되는 남성들이었기 때문이다.




휴일이라 그런지 가족 단위로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다. 


갑자기 생각해 보니 내가 한국에서 휴일이라고 박물관을 간 적이 있었나?

없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가족들이랑 다닌 듯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애들이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면 휴일이 쉴 수 없는 날이라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상어버스를 타러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스톡홀름에 가기 전 이미 버스티켓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놓아서 시간을 맞추느라 급하게 걷기 시작했다.

스톡홀름 센터 웬만한 관광명소는 다 지나가는 버스라서 예약한 것도 있지만, 솔직히 수상버스를 타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다.


처음 스톡홀름에 놀러 갔을 때, 카페에서 창문밖으로 지나가는 상어버스를 보고 타고 싶다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시력이 특출 나게 좋아서라기보다 멀리서도 눈에 굉장히 띄는 약간 관종스타일의 버스이다.


가이드가 영어로 재밌게 설명해 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밖을 구경하며 설명을 들었다.

생각하지 못한 변수는 창문이 없다는 것이다.

찬 바람을 맞으며 열심히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물로 들어갈 때, 캐리비안의 해적 BGM 깔고 들어가는 것도 유치하지만 재밌었다.





배로 변신한 후 물가에서 바라본 스톡홀름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길을 걸어 다닐 때, 건물 위를 잘 쳐다보지 않기 때문에 보통 내 눈높이에 맞는 각도만 보고 다닌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상어버스에서 내려 구시가지로 향했다.

딱히 센터에서 해야 될 게 있거나 계획해 둔 일정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세상 좁은 길로 유명하다는 길도 굳이 찾아가서 한번 걸어봤다. 구독하는 여행 유튜버가 소개한 길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좁아서 일방통행 해야 하는 골목이다.

정처 없이 센터를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아침에 호텔에서 조식 먹은 것이 다였다.


갑자기 스페인에서 즐겨 먹던 오징어 튀김이 먹고 싶어 졌다. 즉흥적이긴 하지만 열심히 구글맵에 찾아보기 시작했다.



어딜 가면 오징어 튀김을 먹고 조금 앉아서 쉴 수 있을까?

평점이랑 다음 목적지와의 거리 등을 고려해서 한 군데 찾았는데 구시가지에서는 조금 걸어야 했다.





구글맵을 너무 써서 그런지 배터리가 별로 없었다.

구글맵 없이는 길치인 나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오징어 튀김을 먹으며 핸드폰 충전을 하면 되겠다 생각이 들었다. 

찾아간 레스토랑은 오징어 튀김만 먹기에는 약간 미안한 스타일의 다이닝 레스토랑이었다.

하지만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시간이었기에 당당히 들어가 앉았다.


예약도 하지 않았지만 비어있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에, 일단 앉아서 시키고 핸드폰을 충전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갑자기 스페인 생각도 나기 시작했다.


맥주를 더 마시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과 돌아갈 기차 시간 등을 생각해서 한 잔만 마시고 나왔다.

갑자기 따뜻한 햇살에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시고 싶어졌다. 물론 추운 날 실내에서 마시는 것도 좋다.


스톡홀름에 토요일 저녁에 도착해서 1박 하고 일요일 밤 기차를 타고 자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라 기차를 타기 전까지 시간이 꽤 있었다.


부활절 휴일이라 많은 곳이 문을 닫았지만, 밤까지 여는 박물관이 하나 있었다.

사진 박물관이 유일하게 밤 11시까지 열어서 기차 타기 전까지 사진 박물관에 있었다.


원래 사진 찍는 것도 사진 전시회 가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입장료를 내기로 했다.

여기서 본 전시회들도 꽤 특이했다.

사진들 뿐만 아니라 타피스트리로 거대한 초상화를 만드는 아티스트도 기억에 남는다.

한 땀 한 땀, 보통 그림 초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었다.


사진 박물관에서 또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보니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사실 조식 이후 먹은 음식이 오징어 튀김이 전부였다.

점점 피곤해지기 시작했지만 지친 다리를 이끌고 다시 구시가지로 향했다.


다른 것을 먹어도 되지만, 아까 오후에 구시가지에서 지나가다 본 와플집이 강력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역시 지나갈 때 본 비주얼이 강한 인상을 남겼나 보다. 다시 저 가게를 찾아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생각보다 추워서 잠깐 후회한 적도 있다.

굳이 저걸 먹겠다고 다시 왔던 길을 가야 할까?


세상에 와플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그렇게 찾아가니 도착했을 때 행복감이 꽤 컸다.

아... 찾았다...!


비좁은 가게지만 일단 재빨리 시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모르는 아줌마들과 테이블을 공유해야 했지만, 상관없었다. 

그렇게 당분을 채우고 나니 갑자기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졌다.


기차역으로 가기 전, 야경투어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또 걸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3만 2 천보 정도 걸었다. 

점점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것이 느껴졌지만, 기차역으로 가기 전 찍은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뿌듯했다.


이렇게 마지막 야경 사진을 찍고, 늦지 않게 기차역으로 향했다.

넉넉하게 시간을 두고 기차역에 가서 플랫폼 안내를 기다리는데, 한 시간 연착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미 기차역인데 또 나가서 돌아다니기도 애매해서 기다렸다.

하지만 또 한 번 연착되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결국 기차역에서 아무런 것도 하지 않고 2시간 정도 기다린 것 같다.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기차를 타고 월요일 아침 집으로 돌아와 뻗었다.


월요일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누워있었던 것 같다.

짧게 다녀왔지만 그래도 아직도 돌아다녔던 곳들이 기억나는 걸 보면 잘 다녀왔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글은 6월 초 스웨덴 휴일에 터키, 이스탄불에 다녀온 글을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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