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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과후 글쟁이 Nov 15. 2024

셋째 딸의 사랑법

엄마가 된 삼녀의 내리사랑

엄마가 말했어요.

너는 예쁜 아이라고

그래서 나는 예쁜 아이가 돼요.


아빠가 그랬어요

너는 착한 아이라고

그래서 나는 착한 아이가 돼요


나는 다른 아이는 될 수 없어요

착한 아이 예쁜 아이밖에는

될 수 없어요


내 탓이 아니에요

모두 다 엄마 탓이고

아빠 탓이에요


<나태주 시인, 엄마 아빠 탓>


나태주 시인의 동시집 '엄마가 봄이었어요'에 등장하는 <엄마 아빠 탓> 시이다. 어쩜 동시가 이리 귀엽고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다가올까, 엄마 아빠 탓 중에 최고로 기분 좋은 탓이 아닐까?


1남 3녀 중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 딸부잣집의 셋째 딸이자, 막내 남동생을 보게 해 준 터 잘 닦은 기세 등등한 누나가 바로 나다. 그래서 2017년 내 청첩장에는  혼주 박 00, 김 00의 '장녀'도 아닌, '차녀'도 아닌, '삼녀'로 직장 동료들과 지인들에게 삼녀인 나를 소개했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삼녀가 맞긴 맞다.


나의 제일 친한 친구 숙이도 셋째 딸, 나도 셋째 딸. 우리 둘의 차이가 있다면 남동생의 유무였다. 그래서 내 친구 숙이는 어딜 가나 우리 집은 (아들) 성공한 집이라고 소개하고 다녔다.


저출산 시대라고 하지만, 불과 7개월 전 나는 큰 아이와 6살 터울로 둘째를 출산했다. 그리고 출산과 동시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다자녀 맘이 되었다. 이제는 둘만 낳아도 다자녀가 된다니 세상이 변.했.다.

첫째는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났고, 둘째는 따뜻한 봄날에 선물처럼 우리에게 와주었다.

세상의 중심은 나라고 외치던 철없는 셋째 딸이 어느새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친정 엄마가 아이를 낳던 시절에는 아들이 최고였고, 하나 또는 둘만 낳아 잘 살자는 포스터가 있었던 1980년대. 지금은 시대가 정확히 반대로 변했다. 이래서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




급변하는 세상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는 아이를 낳을 때 보다, 키울 때 부모님 생각이 더 많이 나고, 부모님이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하나일 때도 절절 매고, 둘일 때는 더 절절 매고 있는데, 엄마 아빠는 어떻게 사남매를 올바른 인성을 갖춘 인격체로 잘 키우셨는지 너무 대단해 보였다. 가끔 부모님께  여쭤보면 "너희가 알아서 잘 커주었다."라고 이야기하시지만, 엄마 아빠는 일생을 자식을 위해, 자식을 위한 인생을 사신 분이라는 걸 성인이 된 우리의 현재 모습으로 증명할 수 있다.


<엄마 아빠 탓> 동시처럼 내 딸들도 제발 엄마 아빠 탓하게 잘 키워야 되는데, 오늘도 소리를 지르는 버럭 엄마의 모습에 반성이 물밀듯 밀려온다.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그 어떤 것과는 견줄 수 없다. 좋은 곳에 데려가고,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아이에게 옳고 그름을 알려주고,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마음의 온도를 체크해 주는 게 더 중요한 일. 비록 반성, 후회, 자책이 루틴이 된 일상이지만, 하루의 끝에서 내일은 더 상냥한 엄마가 되어야지 다짐해 본다. 다짐이 반나절을 못 가니 때로는 한심하기도 하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는 유명한 광고의 문구로 또다시 내 마음을 합리화하며 다독여본다.



친정엄마와 두 언니들은 나의 무제한 콜센터이다. 챗GPT보다 더 반응이 빠른 내 가족들. 나도 내 딸들에게 무제한 콜센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미주알고주알 마음 편히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엄마 때문에, 아빠 때문에 내가 착하게 자랄 수밖에 없었잖아요"라고 어느 날 갑자기 투정하듯 이야기해 준다면 너무 뿌듯할 거 같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좋은 엄마 아빠가 되어야겠지?


"어리석은 부모는 자녀를 자랑거리로 키우려고 하지만,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의 자랑거리가 되고자
노력한다."

 -엄마의 반성문, 이유남-



 오늘도 이 말을 가슴에 새기며, 퇴근과 동시에 가정으로 출근하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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