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곰 인형을 꼭 끌어안고 잠들던 기억이 있나요? 아니면 당신에게는 늘 곁에 두던 베개나 담요가 있었나요? 그 물건들은 단순한 장난감이나 생활 용품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품 대신 당신을 지켜주던 작은 세계였습니다. 곰 인형을 안고 있으면 엄마가 없을 때도 덜 외롭고, 혼자여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었죠. 우리는 이런 물건들을 통해 현실의 무게와 내면의 상상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았습니다. 이 경험은 단순히 물건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작은 공간을 만드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물건들을 내려놓게 됩니다. 이제는 내 힘으로 외부 세계와 맞서야 할 시간이 오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 물건이 주던 감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곰 인형을 안고 느꼈던 위로와 안정은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성인이 된 후에도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됩니다. 이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의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연스레 전이적 공간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배웁니다. 이 공간은 타인과 연결되거나 창의적인 활동에 몰입할 때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고,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전이적 공간은 일상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우리는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내적 세계로 들어갑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마음속 깊은 욕망과 감정을 탐색하고, 현실을 잊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냅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들으며 몰입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순간들은 우리가 자아와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작은 피난처입니다.
사랑도 곰 인형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사랑하는 관계 속에서는 서로가 상대방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지해 주는 곰 인형이 됩니다. 상대방의 기대에 맞추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신뢰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때로 감정의 파고가 거세지더라도, 서로가 무사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믿음이 관계를 지탱해 줍니다. 진정한 연결은 이렇게 서로의 고유한 리듬과 욕망을 존중하며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전이적 공간이 무너질 때도 있습니다. 곰 인형을 잃었을 때 우리는 내면의 불안과 고립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곰 인형을 찾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예를 들어, 소소한 취미를 시작해 보는 것은 그 과정에서 전이적 공간을 재발견하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일기 쓰기, 뜨개질, 산책, 음악 감상 같은 작은 활동들이 다시 자기 자신과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어떤 곰 인형이 있었나요? 어릴 적 곁에 두던 물건이었나요, 아니면 마음을 의지할 수 있던 사람이었나요? 지금의 당신에게는 어떤 것이 그 곰 인형의 역할을 하고 있나요? 혹시 지금 새로운 곰 인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나요? 우리는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곰 인형을 잃고 또 새로 찾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전이적 경험이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능력을 끊임없이 재발견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곰 인형 대신 글쓰기나 예술, 사람들과의 대화가 우리의 곰 인형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혼자만의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다리를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든지 이 전이적 공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 다리 위에서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고, 또 스스로를 돌보며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갑니다.
곰 인형을 안고 잠들던 그 시절의 감각을 우리는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현실이 버거울 때도 우리는 언제든지 새로운 곰 인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곰 인형은, 당신이 어디에 있든 언제나 자신을 잃지 않도록 지켜주는 다리가 되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