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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k Nov 05. 2024

<파견일기4> 뿌듯함과 허탈함 사이

2016.

"니가 그카니까 니 애미가 니 버리고 갔지!"

라는 말을 내뱉고

무서운 옆반 샘에게 혼쭐이 난 우리반 남학생이

2주가 지난 오늘,

또 다른 아이에게 <니 애미 욕>을 했다.

엄마 욕을 먹은 평소 순하고 털털했던 여학생은 "죽이고 싶다"며 일기장에 심경을 토로했고

더이상의 훈육도, 훈계도, 협박도 소용없는 이녀석을 어찌 혼내줘야하나.. 고민했다.


1 오늘은 "행동수정계획서"를 부모님과 함께 작성해오게 한다

2 다음번에 또 욕을 하면 교장 선생님 면담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3 그래도 안되면 학폭 위원회를 열겠다고 협박한다.

라는 프로젝트를 가슴에 품고

남학생을 만났다.


"너. ㅅㅅ에게 뭐라고 했어?"

"아무말도 안했는데요. "

"니 애미가00000 했어, 안 했어??!"

"기억이 안 나는데요. "

........

수많은 증거자료들로 협박하고 자백을 받아내야 하는데

갑자기 이 아이는 왜 반복적으로 이런 말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너도 이런말을 들었는지.


이 아이도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듣고 상처를 받았고,

욕을 퍼붓는 아빠에게 그렇게 당하지만

자신을 사랑으로 책임져주는 엄마를 욕하니

가슴에 비수를 품고 살았던 것이다.

그 상처가 해결되지 않으니

조금만 화가 나도 본인이 받은 칼을 다른 친구에게 날리고 있구나.

우리. 그 칼을 빼 내어 버리자.

손을 잡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니

순한 양이 되어 버린 남학생.

이 아이의 눈이 슬프다.


ㅅㅅ에게 허승환 선생님에게 배운 사과 기술(인사의약)으로

대본 외우듯 사과하니

ㅅㅅ도 금방 마음을 푼다.

이렇게 한 건 해결!


지치는 수업 6교시를 마치고 이 사건을 나이스에 기록하려 업무포털을 열었는데 긴급 공문이 하나 와 있다.

2:57에 열었는데 3시까지 보고하란다.

보고하라는 엑셀 파일 열면서

"옆반 선생님!!! 도와주세욧!!"

샤우팅하고

열받아서 공문 접수 시간보니 1:50이다.

"(도레)미 친 베이비들!"


욕 하는 학생을 인격적으로 지도하고 뿌듯했던 선생은,

두 시간 뒤 욕을 하고 말았다.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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