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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센트 Nov 11. 2024

슬초 카레니나 법칙

게으름의 굴레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  中


너무도 유명한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첫 페이지 첫 단락에 나오는 문구다.

많은 분야에서 응용되는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슬초 브런치에서도 발견됐으니




『부지런한 작가는 모두가 엇비슷하고

게으른 작가(나)는 게으른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

-슬초 카레니나 법칙-


이것이 나의 발견이다.


<게으름의 굴레>




운동, 독서, 글쓰기 매일인증?

이 정도는 가뿐하지...... 가 않았다.

2주 차부터 인증 3종세트와 숙제가 밀려가기 시작하며

스스로 게으른 작가로 분류함이 마땅했다.

안나의 로맨스가 마땅히 '외도'인 것처럼.     


부지런한 작가들은

. 도전 첫날부터 합격 소식을 알려오고

. 철저한 인증으로 상도 받고

. 직장을 다니는데 새벽 글쓰기도 참여하고

. 직장을 다니는데 연재 글만 벌써 몇 편이고

. 아침 7시에 운동 인증도 하고

. 애가 셋이고

. 해외에서 시차 뚫고 열성이고

. 출산한 지 6개월인데 글을 쓰고

. 방장도 맡고

. 얼리 어답터 기질로 요모조모 정보 제공까지 능하다.    


숙제를 밀려도 타당한 각자의 이유들이 넘쳐 남에도

모든 일정을 착착 소화시킨다.


나와는 다른 시간과 질량의 법칙이 작용하는 건가?

홍길동처럼 분신술을 쓰는 건가?

숨고에서 가사도우라도 오는 건가?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하며

모두 엇비슷하게 부지런하다.




내 안의 게으른 작가는

. 고갈된 소재를 탓하며 글쓰기 인증이 밀리기 시작하고

. 엄마들 모임이 있던 날은 방전돼서 누워있고

. 갑자기 잘되던 노트북이 고장 나고

. 애 둘 학원 라이딩만 해도 오후 시간 날려 먹고

. 안구건조증이 심각해져 눈을 못 뜨고

. 둘째의 학교생활 문제로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오고

.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남편은 곧 사표를 쓸 것 같고(아마 썼을지도)

. 고등을 앞둔 첫 째도 챙겨야 하고


삼재!

무재능!

무기력!


이런 생각을 떠올리게 하며     

게으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제각각 있었다.    



<슬초 카레니나> -믿음사

   




50이 다된 가장이 회사 그만두고 사업한다고

투자받고  대출 알아보고 다니는데

어떤 여자가 고상하게 앉아서 글에 집중할 수 있겠어?

애가 학교에서 진상 남자애한테 시달려 밤마다 우느라 잠을 못 자는데

어떤 엄마가 재치 넘치는 에세이를 쓸 수 있겠어?     


나 좀 가만히 둬줘.

나 진짜 바쁘다니까?   

매일 독서, 운동, 글쓰기 3종 인증 해봤어?

챗 GPT나 뤼튼, 아숙업 써봤어?

대화형 인공지능 다룰 줄 아냔 말이야.     

안 해봤으면 말도 하지 마.

브런치스토리 작가 도전 해봤어?

슬초브런치 참여해 봤어?

기 얼마나 빡쎈대

기 아무나 못 살아남아

기 용!인!외!대!부!고!


아작 난 멘탈을 겨우 이끌어 보지만 점점 뒤처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러면서 급기야는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으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정당화시킨다.

"나니까 버티는 거야!, 나니까 환불 안 하는 거야!"를 외치며 정신승리로 무장하기.     


몇 자라도 써보겠다고 자판을 두드리지만

쓰레기 같은 문장은 금세 백스페이스를 때려 박게 한다.

하얀 모니터에 커서만 깜빡깜빡

얀 머릿속에 내 정신도 깜빡깜빡


    



완벽해 보이는 안나는 지독한 외로움과 사회의 억압으로 비극적 결말에 놓인다.   

게으른 작가도 정신줄 놓게 하는 주변 상황에 휩싸여 게으른 황에 놓이게 된다.     

안나도, 게으른 작가도 또 다른 선택은 없었을까?

아니.

있다 있고 말고.


적어도 게으른 작가는 싸매고 눕는 게 능사는 아니란 걸 모를 리가.

좌절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자판을 두들겨라.

야트막한 재능을 탓하지 말고 한 줄이라도 더 라.

한번 발들인 이상 빠꾸는 없다 하셨으니

직업처럼 읽고 쓰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라.


스스로 게으른 작가로 인정하지 말고

될 수 있다고, 멈추지 말자고 스스로를 다독여

일으켜 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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