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오픈런까지 해가며 쟁여둔다는 흔한 명품가방 하나 산 적도 없고, 개미들 득실대는 주식도 안 하는데 모은 돈도 없다니 나 뭐 한 거야?
뉴로 마케팅 : 신경과학을 활용하여 소비자의 뇌 반응을 측정해 디자인, 광고 따위가 소비자의 잠재의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마케팅 기법
나를 홀렸던, "대박 세일", "매진 임박", "한정 수량"과 같은 문구들은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하여 충동구매를 일으키는 뉴로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들은 이 문구를 접할 때 논리적 사고보다 감정적 반응이 먼저 작동해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 살 거 같은 불안감을 느끼고, 그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결정을 내려 지갑을 열게 된다.
뉴로 마케팅은 인간의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의 뇌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종종 감정과 본능에 의존하게 되는데 특히 시간의 제약이나 한정된 자원을 강조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경향이 더 강해진다.
예를 들어, 홈쇼핑에서 "고객님, 55 사이즈 곧 매진됩니다.", "대기자가 5백 분 넘어갑니다."라는 쇼호스트의 몇 마디에 소비자는 자신이 실제로 그 제품이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지금 당장 구매를 결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것은 인간의 뇌가 '기회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인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박 세일"이라는 문구는 소비자에게 희소성뿐만 아니라 특별한 혜택을 얻는 만족감을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지금 사야 한다'는 강박에 더 쉽게 휩싸이게 되어 무의식적으로 결제를 하고 마는 것이다.
뉴로 마케팅이 기업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소비자인 우리는 좋아할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마케팅 기법에는 윤리적인 논란 또한 존재한다. 소비자의 뇌를 이용한, 무의식을 겨냥한 전략은 때로는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거나,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구매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안기고, 반품이나 환불이라는 절차를 밟게 되기도 한다.
이미 시작된 AI시대, 기업들은 더욱더 기술을 발전시켜 뉴로 마케팅의 정확도를 높이고, 실시간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로서 뉴로 마케팅의 전략에 이용당하기만 했다면 감정적 소비가 아닌, 구체적인 구매 계획을 세우고, 자신의 필요와 가치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뚝심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 보자. 일단 나부터.
저녁 설거지를 마친 후, 거실에서 무의식적으로 리모컨을 들고 채널탐색을 시작한다.
그러다 시선이 멈춘다. 홈쇼핑 채널이다.
'어? 저거 애들 간식으로 사볼까? 한팩에 저 가격이면 괜찮은데.'
'아냐, 이번주는 냉털하자.'
다른 채널로 넘긴다. 내 시선은 다시 홈쇼핑 채널에서 멈추고 만다.
'겨울 패딩 좀 사고 싶은데, 애들이랑 같이 입을까.'
'아냐, 중학교 가서 더 크면 사주지 뭐.'
아직 홈쇼핑 채널과 쇼핑앱을 삭제할 자신은 없다. 뉴런 마케팅에 이용당하지 않을 자신은 더더욱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