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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딸깍이 Nov 22. 2024

불치병

/ 약을 구합니다. /


불치병에 걸렸다.

단단히.

자가진단 결과, 병명은 작가병.


약을 구합니다.

<브런치 작가 11일차>



브런치 작가가 된 지 11일이 되었다.

아침을 알리는 브런치 동기방 대화창이 슬슬 불붙기 시작한다.

작가라는 달라진 삶에 대해 고민을 털어놓는, 쓰기의 늪에 빠진 동기의 고민이 올라온다.


"쓰는 자가 되어야 하는데 쓰기만 하는 자가 된 거 같아요. 마치 근력 운동 없이 숨차게 달리기만 하는 느낌이 들어 이건 아니다 싶은 아침, 무게중심 잡으며 현생 사는 동기님들 팁 좀 알려주세요."(이OO)


"ㅎㅎ 저도 그래요. 의도적으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안 가려고 하는데도 잘 안되네요. 글쓰기에 한참 몰입 중이라 그런 거 같아요~ 일상 제정비를 위해 오늘 캠핑 갑니다. 어떤 일에 몰입감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일 제쳐두고 그 일만 하기도 하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한 단계 성장하더라고요. 일상이 조금 뒤로 밀렸다고 자책 말고 물 들어왔을 때 노 젓는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지실까요? ㅎㅎ 페이스 조절! 페이스 조절!! 외쳐봅니다."(김OO)


"저도 퇴근하고 집안일 대신 자꾸 핸드폰만 잡고 끄적이고 댓글 달고 그래서 집안꼴이 엉망입니다~ 주말에 날 잡아서 하죠 뭐! 일단 쓰는 것이 먼저입니다. ^^"(최OO)


"나도 모르는 내가 언제 카톡방에 글 남겼나 했어요. 동기님들 카톡이 다 내가 쓴 것 같고, 딱 내 맘, 내 상황 같고 그러네요. (중간생략) 나만 고민하는 게 아녔어."(안OO)


'그래,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


무기력하기 쉬운 세상에서
뭔가 하고 싶다는 건 참 좋은 일이야.
그니까 너 하고픈 거 다 해! [ 오늘도 잘 살았네. 작가 고은지 ]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며 화이팅을 외친다.

"고민도 같은 3기 ^^, 오늘도 화이팅해요."





평범하고 평탄하기 그지없는,

누군가에게는 부러울 수도 있는 나의 삶이 재미없었던 순간 만난 브런치 스토리.

쓰기라는 게 하고 싶어지고, 메모지에 단어를 끄적이고 있고, 그것들을 딸에게 설명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비록 두 번의 탈락이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중하고 행복한 11일차 작가다.


앞으로 업무상 여유 있는 두 달 정도는 쓰기에 몰입해 보자.

단, 일상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기억할 것은 페이스 조절 뿐.


달리지 말자. 함께 걸음마를 뗀 나의 동기들이 보이지 않더라도.

일단 걷자. 나는 원래부터 달리기는 꼴찌였었으니까.

그러다 힘이 나면 그때 속도를 좀 내보자. 그런 날이 오지 않더라도 뚜벅뚜벅 걷고 있자.


그냥 씁시다. 아무도 내 글을 기다리지 않을 테고, 아무도 내 글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씁시다. 그게 어른의 글쓰기입니다. 시켜서 쓰는 게 아니라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글을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고 그저 시작하는 게 어른의 글쓰기입니다.  [ 오후의 글쓰기. 작가 이은경 ]


자가 처방전 내용 :

1. 쓰기에 빠진 지금의 모습을 고민하기보다는 나의 글감창고가 두둑해지는 날,

어떤 의미를 두고 앞으로 나의, 어른의 글쓰기를 계속할지 고민하기로 하자. 당분간은 그냥 쓰자!


2. 나에게 누가 쓰기를 강요한 적도 없고, 내 글을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더더구나 글 써서 돈을 벌어오라고도 안 하지만 당분간은 그냥 쓰자!


3. 오늘 하루도 몇 천 건, 아니 몇 만 건의 글들이 브런치 스토리 안에서 또 다른 글쓰기 플랫폼에서 쏟아지고 있다. 흔들리지 말고, 이 공간 안에 조용히 저장되는 글이라도 당분간은 그냥 쓰자!


- Just do! -


주말엔 분조카에서 맛있는 브런치를 먹고 싶다.

그리고 쓰고 싶다. 나만의 브런치 스토리를.


나의 불치병엔 브런치가 약이다.

(안내사항 : 구독과 라이킷이라는 영양제도 함께 복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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