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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말랑떡 Dec 05. 2024

코로나를 코로나의 코로나에 의한 휴가

자가격리생활로 얻은 워킹맘의 소중한 휴가

에~~ 취! 에~~ 취! 야~ 너도 코로나야?

2022년 3월은 코로나 팬데믹의 정점을 찍던,

유행에 유행이 되어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을 찾을 수 없었던  

그야말로 바이러스 하나로 전 세계를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시절이다.

코로나로 하나 된 세계라고 할까?


옆자리에 있던 사람의 기침소리에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거나 가까운 사람이라면 ‘야, 너 코로나?’ 의심의 눈초리를 쏘는 사람들 사이에서 코로나와 계속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사람들. 더구나 마스크도 안 끼고 활보하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무슨 베짱이야? 그래도 남에게 피해는 안 줘야지.’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온갖 욕이란 욕을 다 했더랬다.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놈이 처음 나올 때는 정체가 뭔지 몰라 난리법석이었지만 시간이 다소 지난 시점에는 이놈 역시 함께 껴안아야 끝나야 하는 것을 새삼 느끼는 중이었을 때다.   

뉴스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어느 지역이 코로나 환자 발생률이 많은지 시끄럽게 떠들어댔고 원생 1명이라도 원생 가족 중 누가 걸리기라도 하면 온갖 소독에 교사들의 콧구멍은 십자수의 바늘처럼 연신 찔러댔다.

주변에는 다 걸려도 ' 나는 안 걸릴 거야, 내가 걸리겠어? 내가 걸린다고?'  하는 생각들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설마 했던 생각은 점점 현실로 다가왔으니.




유치원에서 받아온 코로나 자기 진단키트를 들고 와

 “엄마! 이거 봐봐! 선생님이 열나거나 기침하면 이거하고 유치원에 오래”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마냥 즐거워하던 딸이 자랑하던 때쯤. 핸드폰 벨이 울렸다.

“수민이 코로나 걸렸다. 우리 어제 같이 밥 먹었잖아. 엄마랑 지율이도 모르니까 한번 지켜봐 봐” 조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언니의 코로나발 속보다. 강 건너 불구경하던 때는 지났다. 내 발등에 불 떨어졌다.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검사 시작. 1번 할머니 2번 나 3번 지율이 순서대로 콧구멍을 찌르고 검사결과를 로또번호 기다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1번 한 줄 통과, 2번도 한 줄 통과, 3번 통과 다행히 코로나는 우리 집에 안 오셨구나 하고 한숨 돌릴 즈음. 3번 키트에서 빨간색 줄이 슬며시 고개를 내민다. 어? 이거 조금 불안한데? 하필 지율이가. 일단 정확하지 않으니 내일 아침 일찍 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병원에는 이른 아침부터 코로나검사를 원하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앉을 틈도 없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접수를 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검사를 하는데 간호사가 “박@@님! 검사실로 다시 가주세요” 내 이름을 불렸다. 내가 코로나가 걸린 건가? 나 지금 떨고 있니? 검사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 제가 잘못 넣어가지고 죄송합니다. 다시 검사할게요.” 아니 의사 선생님. 제 코는 소중하다고요. 울며 겨자 먹기로 다시 콧구멍을 찌르는데 실수를 만회하려는 의사 선생님의 손놀림인가 어찌나 세게 찔렀던지 면봉에 피가 묻어 나왔다.

코로나야 너도 아프냐, 내 코도 아프다.


두구두구두구 결과 발표시간이다. 1번 2번 통과.

“지율이는 코로나 양성입니다. 혹시 다른 증상 있으신가요? 약 지어드릴게요.” 염려했던 일이 터졌다. 다행히 딸아이는 열도 기침도 없는 무증상이었다. 혹시나 싶어 기침약만 처방받아 나왔다. 노약자이신 할머니는 댁으로 급히 피신시켜 드리고 딸아이 유치원과 직장에 코로나발 속보를 알렸다. 새 학기라 더구나 바쁜 3월 자리를 비운 터라 미안하기도 했지만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야 했다. 2주간의 잠복기간이 있으니 모르잖아?

코로나를 코로나의 코로나에 의한 1주일간의 휴가가 생겼다.  


신이시여~! 나에게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딸아이는 코로나에 걸린 것이 훈장을 받은 것처럼 좋은 건지 (아마도 증상이 없었기에) 유치원에 안 가서 좋은 건지  "엄마 우리 뭐 해? 무슨 놀이할까? 레고 놀이할까? 아니 보드게임하자" 하며 놀이의 순서를 일장연설하기 시작했다.  "지율이 어디 안 아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스크는 끼고 있자" 코로나시대의 공통 드레스 코드인 KF94 마스크를 서로 끼고서 대화를 하고 놀이의 순서를 착착 진행해 나갔다. 보드게임에 져서 울기도 하고 레고로 만든 집을 구경하고 역할놀이를 하며 하루가 지나갔다. 하루가 길다. 일을 할 때는 하루가 짧더니 집에 있을 때는 어찌 된 영문인지 하루가 길다.  하루는 이렇게 지났는데 이틀, 사흘, 나흘... 일주일을 뭐 하고 보낸담? 걱정과 고민들이 쌓여갔지만 블랙핑크 로제가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게임 start!

집에 있는 놀잇감 모두 총집합하라. 그동안 놀지 않았던 장난감과 책과 블록들 거기다 각종 미술놀이까지 안 꺼낸 게 없을 정도로 재료소진, 체력소진을 했더랬다.  하루는 집에 있던 게 갑갑했던지 딸아이가

"엄마 밖에 나가면 안 되지. 그럼 오늘은 소풍놀이할까?"  

소풍은 밖에서 노는 거 아닌가?라는 어른의 생각을 뒤집고 딸아이의 제안으로 진행된 소풍놀이. 순서를 이렇다. 1. 거실 바닥에 돗자리를 편다. 2. 마음에 우산을 각자 고르고 우산집을 만든다. 3. 각자 원하는 간식을 도시락통에 담아 와서 맛있게 먹는다. 별거 없는 소풍놀이지만 벚꽃 휘날리는 잔디밭에서 간식을 먹는 양 우리의 얼굴에도 꽃이 피었다.  놀이를 하다 문득 딸아이가 묻는다.


"엄마 나 때문에 어린이집 못 가서 원장선생님한테 안 혼났어?
근데 있잖아. 난 엄마랑 단 둘이 있으니까 너무 좋다.
 엄마가 옆에 있어서 너무 행복해. 엄마~사랑해~"  

아, 순간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연기처럼 올라왔다. 눈물샘에 도착하기까지 1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울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허벅지를 꼬집으며 꾹 참았다. 딸의 마음속 작은 아이는 언제나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엄마는 늘 옆에 있었는데 아이의 시간에는 충분하지 못했던 것일까? 엄마의 표현이 부족했던던 걸까?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해하던 아이. 아이의 행복한 시간 속에 엄마가 함께 있다는 것이 도리어 고마웠다.

"엄마도 지율이 하늘땅만큼 우주보다 사랑해. 엄마가 이 세상에 태어나 제일 잘한 일은 우리 지율이를 만난 거야. 지율이가 가라고 해도 엄마는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지율이 옆에 꼭 붙어있을 거야. 알았지?"  


코로나로 인한 일주일간의 자가격리기간.

그건 나와 딸과의 사랑을 확인시켜 준 고마운 시간이자 소중한 추억이 담긴 선물 같은 휴가이다.

일하는 엄마라 싫어하면 어떡하지? 일하는 엄마라 필요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옆에 못 있어줘서 애착형성에 문제가 있으면 어떡하지? 딸아이에게 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스스로 던지는 질문에 딸아이는 대답해 줬다.

엄마여서 엄마이기에 나의 엄마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당연한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엄마의 죄책감에 딸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게 보듬어 주었다.

봄날의 햇살은 나의 무거운 짐들은 한결 가볍게 해 주었고 민들레 홀씨처럼 후~하고 날아가버렸다. 멀리.


달콤했던 시간이 아쉽게 끝나고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출근하기 전 확인차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콧구멍을 찔렀다.

 "환자분 양성입니다."  "네에~?"

어쩐지 밤사이 목이 따꼼따꼼 칼칼하더니라니. 이건 또 무슨 일이람... 다시 코로나발 속보가 곳곳에 전해지고 그렇게 코로나를 코로나의 코로나에 의한 휴가가 일주일 또 생겼다.



코로나와 함께 한 여러 놀이들~ 놀이의 끝은 없다.


 이번주는 또 무슨 놀이를 시작할까나?  놀이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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