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 조각모음처럼, 흩어진 생각 모으기
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뿐만이 아니겠으나, 나도 해봐야겠다.
내가 구독하는 브런치 스토리 작가분께서 이미 '글쓰기'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으나, 이분이 최초의 글쓰기 고찰러(-er)는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이다.
내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사고와 사유들이 넘쳐흐르고 있다. 비록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글로 옮겨 적어 정리한다면 좋은 콘텐츠가 될만한 것들이라고 혼자 히죽거릴만한 것들이다. 후기를 작성하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해보려고 하고 있다 보니 글쓰기의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시행착오 그리고 결과물까지 일련의 모든 행위들이 글쓰기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마치 미운오리새끼가 백조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는 vlog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쓰는 글쓰기에 대해서 여러 고민이 있었다. 현재까지 내가 쓰고 있는 글들은 후기의 방식을 활용하는 것인데, 후기라는 것은 글을 읽는 대상이 꽤나 한정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실시간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돌아가는 내 머릿속을 갈무리한다는 게 쉽지 않다. 글쓰기의 대상이 되는 재료들을 바로 메모를 하거나, 노트북을 열어 글귀를 남기는 게 아닌 이상에야.. 소스만 넘쳐나고 정작 정제된 글을 남기는 것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나는 후기라는 방식을 넘어 무엇인가를 제언하거나 내 생각을 개진해 나가는 방식을 하고 싶은데, 언제까지 후기의 방식에 남겨져 있을 것인가.
후기도 후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긴 한다.
1. 내 의견이 아주 묽게 섞여도 나의 후기인가?
영화에 대한 리뷰를 쓰게 된다면,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리뷰를 참고해서 내 이해를 더 넓힌 후에 후기를 쓰는 방식도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것은 나의 후기가 맞는가? 오히려 이동진 평론가가 이미 매우 잘- 정리한 내용을 '후기의 후기'라는 명목으로 퍼 나르는 것에 불과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리뷰를 쓰게 된다면, 3%의 내 의견만 들어가 있더라도 나의 후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볼 예정이다.
2. 마치 내가 한 것 같은 글도 나의 후기인가?
후기를 작성하는 것을 챗지피티를 통해 해 보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챗지피티에 내 최근 독후감들을 입력해 놓고, 최근 본 영화 '위키드'에 대해 후기를 작성해 달라고 입력한 적이 있다('요청'한 것이지만 '입력'한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맞는 말 일 것이다.). 순식간에 후기가 작성되어 나왔고 몇 번의 수정작업을 거친 후에는 내가 쓴 것이랑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난 곧 혼란을 느꼈다.
내가 작성해 왔던 것을 학습시켜서 새로운 것에 대한 초안을 작성하게 하고, 세부적인 것은 내가 추가 수정했다고 하지만 이것은 내가 쓴 글이 맞는 걸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 혹은 봉준호 감독의 멘트처럼 글쓰기가 되려면 이러면 안 되는 게 아닌가?
내가 셀프로 나의 창의성과 독창성 그리고 글을 지어내는 능력을 거세하는데 앞장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써나가는 것만이 이런 의구심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