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너무 춥다!’
4월의 벚꽃이 만개한 한국과 달리, 토론토에 도착한 날 나를 맞이한 것은 매서운 추위였다. 집이 싫어 떠나온 나인데 아이러니하게 ‘집 떠나면 고생이다’라는 생각이 스쳐 잠시 웃음이 났다. 예약한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한 후, 온기 하나 없는 방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 적막함 속에서 새로운 시작의 불안감이 서서히 스며들며 한숨 쉬듯 혼잣말을 내뱉었다.
“나 여기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미대를 졸업한 후에도 욕심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며 방황했다. 네덜란드에서 디자인을 공부할 기회가 있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주변 친구들이 커리어를 쌓고 결혼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로 그들 속에서 평범함을 가장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더 큰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른이 넘어서 유학이 무슨 소용이냐고 푸념했지만, 내 발길은 이미 유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진 손재주로 배우고 싶은 기술은 오직 요리뿐이었고, 그렇게 나는 덜컥 캐나다 요리학교 입학 수속을 진행했다.
그때는 몰랐다. 캐나다가 이렇게 미맹의 나라일 줄은…
이민 가방 두 개를 들고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는 캐나다로 떠났다. 도착하자마자 학기가 시작되었고, 경력자들이 듣는 코스에 등록했지만, 기죽지 않기 위해 애써 담담한 척하며 수업을 시작했다. 긴장 속에서 몇 주가 흐르고, 실습에서 내 잠재력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모든 실습에서 1등을 차지하며 교수님들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졸업 전에는 셰프들의 추천으로 여러 일자리를 제안받고, 마침내 반액 장학금까지 받으며 명예 졸업을 하게 되었다.
애매하고 늦은 것이 아닐까 하며 도전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캐나다에서의 나의 30대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한다. 요리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며 겪었던 희로애락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며 성장해 온 과정이 어떻게 나를 변화시켰는지를 나누고 싶다. 40대를 위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는 나에게도 그때의 용기를 보태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