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by 장순혁

달과 별이 뿌리를 내린 밤하늘

꿀 향 대신 달과 별은
빛을 세상에 내립니다

그 빛은 길가에 나동그라지고
바람에 날려가고
바닥에 쌓입니다

깃털 한 두 가지 쯤은 빠져도
괜찮다던 새의 말이
아직 제 귓가를 맴돕니다
달과 별도 그러한 걸까요

뾰족한 나뭇가지에
달과 별이 걸립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같이,
메말랐던 나무가
휘황찬란하게 변합니다

이마저도 아침이 밝아오면
모두 없던 일이 되겠지요
쌓였던 달빛과 별빛도,
크리스마스 트리 같던 나무도

시간에 이 풍경이 망가지기 전에
제 안에 담아두려 합니다
달빛 조각을 주머니에 줍습니다

다시 밤이 오면 주머니를 털어
텅 빈 나뭇가지에 달아 놓으려 합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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