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by 장순혁

나의 땅에서 쫓겨난 설움과
지킬 것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나는 조금이라도 알 턱이 없다

절규하며 소리 지르고
발로 땅을 쾅쾅 구르는 것의 의미를
나는 일부라도 이해할 수 없다

아 내가 어쩌다 시인이 되었을까

나는 당신의 마음도,
심지어 나의 생각조차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는데

수많은 별들이 태어나고 저무는
우주에서 아주 사소한 일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온통 거짓말뿐인 것을
사람들이 모르기를 기도하는 것밖에 없는데

나의 능력은
감히 사람들의 모습을 공감하는 양
사기를 치는 것밖에 없는데

이 시는 나의 자백이다
나의 진술서다

수많은 거짓들로 점철된 나의 시집을
나는 속이 울렁거려 펼치지도 못한다

이 밤 환한 달빛 아래서
나는 진실을 고한다

나는 하잘것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볼펜 하나 만들 줄 모르는
쓰잘데기 없는 멍청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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