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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부자kms Nov 18. 2024

사람 사는 냄새

작은 배려 큰 기쁨


늦은 오후, 퇴근을 준비하던 그 순간에도 세상은 누군가의 시작을 준비하고 있었다.


"11월 29일까지 꼭 입주해야 하는데, 혹시 단기 임대 가능한 방이 있을까요?"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다급한 목소리에는 집을 구하는 이의 절박함이 묻어났다.

"날짜에 맞춰서 입주가 가능한 호실이 있는지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잠시 손님 안내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사무실 앞 벤치에 앉아 있던 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 사무실에 사람이 없어서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어요"

방금 통화했던 곳이 바로 이곳인 줄도 모른 채 발걸음을 한 것 같다.


"혹시, 여기가 제가 방금 통화했던 곳인가 보네요!"

그의 목소리에서 반가움과 당황스러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 네 맞아요. 지금 당장은 확인이 어렵고 저녁 늦게 확인이 가능하겠어요."

" 네 알겠습니다. 꼭 좀 연락 주세요."

밖으로 나가더니 다시 벤치에 앉아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퇴근 준비를 서두르면서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외면할 수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늦가을, 따뜻한 차 한 잔이 생각났다.

계약 여부를 떠나, 이미 우리 사무실에 발을 들인 소중한 인연.

맨입으로 돌려보내기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따뜻한 차 한잔 드릴까요?"

" 네 너무 감사합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그렇게 건넨 차 한 잔에는 '당신의 상황을 이해합니다'라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은 거창한 것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작은 배려, 소소한 친절, 따뜻한 차 한 잔처럼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부동산 중개사무소,

단순히 거래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닌

인연이 맺어지고 정이 오가는 곳.

인간의 삶이 녹아나는 이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본다.


사람 사는 냄새는 어디서 완성되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 바로 그 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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