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는 왜 밤마다 시간이 안되는거야.."
"저렇게 뚱뚱하게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처음이네."
우리의 사이가 깊어질수록 정아(가명) 언니에 대한 질문도 늘어났다.
정아언니는 허언증이 심했다. 우리가 대학교 오티에서 만난 첫날 부터 그녀는 너무 뻔한 거짓말로 자기소개를 했다.
처음에는 "와, 이언니는 진짜 대단한 사람인가보다!" 생각을 하고 속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바보로 보나" 라는 마음이 커지기도 했다.
그녀는 참으로도 헤아릴 수 없는 복잡한 인간이었다.
그녀의 허언증은 나를 가끔 심기불편하게 했어도,
정아언니는 내게 우리학교에서 가장 재미있고 쿨한 동기었다.
숏컷의 정아언니는 태닝된 피부에 넓은 골반과 애플힙이 인상적이었다. 옷도 정말 잘입었다.
내 말에 잘 웃어주고 털털했다.
우리 학년에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은 셋, 넷 정도 밖에 안되었다. 나와 정아언니가 같이 핀 담배만 1만개는 될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친해졌다.
그 언니가 밤에 뭘하고 있던, 실제 집이 부자이든 아니든 나는 관심이 없었다.
나는 정아언니를 좋아했고, 정아언니도 나를 많이 아껴했다.
하지만 정아언니의 수상한 행동에 대해 다른 동기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정아언니와 그 동기와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때, 동기는 정아언니 폰을 뒤졌다. 그리고 나에게 보고했다.
"야 수림아, 걔 밤일하는 애야. 백프로."
그녀가 정아언니 폰을 뒤진 후 내게 제시한 증거 다음과 같았다:
1. "비밀 카톡방들이 몇개 있었는데, 여자들끼리 손님 뒷담화를 까면서 끝나고 뭐먹을지 결정하는 내용이 있었다."
2. "가장 최근에 찍힌 카카오택시 목적지를 네이버지도 360도 뷰로 보니 000 라는 가게더라."
크게 놀랄 일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아언니를 지켜주지 못한채, 그 언니에게 내가 들은 말을 그대로 멍청하게 전했다.
"언니.. 사실이야..?"
이 얘기를 들은 정아언니는 많이 어이 없어했다. 격앙된 목소리를 할말을 찾는 동시에 말을 내뱉었다.
"공항에서 걔 부모님 선물 살 돈이없다해서 내가 걔네 부모님 선물까지 챙겨줬는데, 진짜 어이없네"
"우리 부모님이 걔 매일 세끼 밥해줬는데, 시발, 진짜 어이없네."
모두 사실이었다.
동기와 정아 언니는 그녀의 부모님이 계신 동남아의 국가로 여행을 갔던 것이었다.
눈물 한방울 없이 어이없다고만 외치던 그녀는 얼마나 자신의 실제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능숙했는지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냥 그녀가 터프한 것이라고만 믿었다.
그리고 그녀는 내게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이번에는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새로운 학기를 맞이하는 시원하고 햇빛 좋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 받았던 배신이라는 상처의 고통을 나는 헤아릴 수 있는 날이 절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아언니의 시크릿라이프에 대한 얘기는 우리 사이에서 딱 두번 더 언급되었다.
1.
코로나 규제가 심했을때, 우리는 둘이 고급 오마카세 다이닝을 하러 갔다.
그날 밤 집에 같이 가는 택시에서 정아언니는 QR 코드 인증 때문에 더이상 가게에 못나가게 된다는 얘기를 해줬다.
누군가가 자기 뒷조사를 했을 때, 자신의 밤일이 들통날 수 있다는 점을 많이 걱정했다.
가을의 새학기 첫날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 받았던 상처가 깊었나보다.
2.
나는 정아언니에게 내가 고등학교때 당했던 성폭력 얘기를 털어놓았다.
정아언니는 자신의 어려운 가정환경과 그것이 그녀가 '알바' 를 시작하게된 계기였다고 내게 털어놓았다.
그 언니의 마음은 그 누구보다 따뜻했었다. 한 집안의 큰딸로 책임감도 큰 성격이었다.
불과 불이었던 우리는 한번의 싸움으로 이제 3년째 얘기를 나누지 않고 있다.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믿지 못했기 때문에 내게서 떠나갔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한 여자아이의 엄마가 되었다고 나는 다시한번 건너 들었다.
몇주전, 언니는 내 꿈에 찾아왔다.
그때, 나는 내가 만나고 있던 금융맨이 룸방에서 놀고 있을 것이라는 반확신 반의심으로 마음이 부서진 상태였다. 드디어, 네이트판으로 밤일하는 여자들이 겪어야하는 고충에 대해 알아보았다.
꿈에서 일어난 나는 정아언니가 너무 보고싶어 펑펑 울었다.
밤일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금융맨들은 근면성실하고 똑똑한 사람들로 높게 평가되고, 그 공급을 하는 어린여자들은 우리사회의 밑바닥 걸레가 되어버리는 체계가 너무 밉다.
하지만 사회는 이렇고, 나는 정아언니가 잘 지내고 있길 소망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언니를 꼬옥 껴안아주고싶다.
더 위로해주고, 사랑해주는 친구가 될 수 없었던 나의 과거의 모습에 대해 미안하다고 얘기해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