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이렇게 쓰는 게 맞는가 싶지만 그렇다. 2024년 기준 나는 브런치 작가에 한 번에 통과했다. 사실 브런치라는 사이트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글을 쓰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할 뿐 글을 썩 잘 쓰는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나를 쓰고 싶어졌다.
나라는 사람이 하는 생각을 마구 적어 내려 가자 하나의 글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이것을 플랫폼에 올려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정보성 글도 아닌 데다 그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서술할 뿐이었을 이 조각글을, 어디에 펼쳐놓아야 빛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브런치였다. 여기라면 나의 이런 생각들이 어우러져 섞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회수나 관심을 많이 못 받아도 좋았다. 그저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글을 마음껏 뒤섞어 보고 싶었다.
일을 모두 마친 뒤 새벽녘들을 모아 쓴 글을 브런치에 제출하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저 단순히 안되면 아쉽겠지만 그래도 내 글을 보이고 싶다!라는 감정에 지배당한 것이 전부였다.
작가의 소개글 같은 것들을 쓸 때도 정말 솔직하게 적어내려 갔다. '검은 머리의 한국인이자 글을 쓰고 싶은 한 인간.'과 같이.
심지어 어떤 글을 발행하고 싶은지, 목차를 알려달라는 질문에서도 나는 솔직했다. 계획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저 나를 펼치고 싶었으므로.
'나의 흐르는 감정과 생각을 에세이로 적어 내려가고 싶다. 누군가는 즐겁게 읽어주지 않겠나'와 비슷한 문구를 적으며
그리고 남긴 글은 단 하나. 이미 작성한 글이지만 '존재의 증명'이라는 글이었다. 부끄럽게도 사진이나 글씨체, 인용구는 단 하나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쓰지 못했다가 맞겠다. 난 그저 내 글을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어!라는 어린아이 와도 같은 감정으로 무작정 제출해 버린 것이었으니 당연한 처사다.
그렇게 제출한 뒤 조금 창피했다. 너무 급작스러웠던 것이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썩 잘 쓰지 못한 글을 수많은 퇴고 없이 단순히 제출해 버린 것에 대해서 조금 창피하기도 후회하기를 반복. 결국 탈락이라는 말을 보기가 부끄러워 알림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그러다 마음먹고 들어온 어느 날,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알림을 받았다.
뛸 듯이 기쁜 것도 잠시 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브런치 작가 되는 난이도가 그렇게 낮지 않았다는 것. 그 생각이 들자마자 검색하니 아니나 다를까 한 번에 합격한 이의 이야기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정말 노력하고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퇴고를 거듭해 합격한 곳에 내 글을 쓰자니 초라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그래서 내 글을 발행하지도 못하고 숨기다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 지금에서야 꺼내본다.
다른 작가 분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합격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 사실 도움이 되는 글도 아닌 데다 정말이지 내가 말하고 싶고 생각하던 그런 글들을 적어, 전혀 꾸며내지도 계획하지도 않은 생초짜가 운이 좋아 합격한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건 그대가 글을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한 번 부딪혀 보자. 난이도가 대수인가? 좋아하는 일에 부딪혀보고, 알림을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워도 해보고, 그러다 합격의 글자를 보고 뛸 듯이 기쁨을 맞이한다면, 그보다 더한 기쁨이 어딨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