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초에서 살아남기
여성 고용률 55% 시대. 15~64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통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활동 적령기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 비율은 훨씬 높을 거다.
결혼 후 출산을 한 뒤에도 회사를 계속 다니는 '워킹맘' 선배도 꽤 있다. 자녀 6세 이하 맞벌이 부부 비율도 역대 처음으로 절반을 넘겼다고 한다.
우리 회사도 여자, 그리고 워킹맘 선배가 없진 않다.
그런데도 벤치마킹할 '여자' 선배가 없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 숫자가 현저히 적다. 미혼, 딩크, 워킹맘 등 다양성은 충분히 갖췄지만, 각 사례 안에서의 세부 분류까지 할만한 수는 아니다. MBTI로 예를 들자면 E, I, S, T, F, J 각각의 성향을 가진 선배들을 한 명씩 있지만, 16개 유형에 해당되는 선배를 분류해 볼 때 아예 예시가 없는 유형도 있다고 해야 할까.
둘째, '술'을 매개로 '형 동생' 하며 친해지는 남초 세계의 룰이 여전한 업계다. 즉 '성공한' 여자 선배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남초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자보다 더 남자답게 일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 주량이 남자만큼 세고 2) 스킨십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관대하며 3) 가정보다 회사, 즉 눈 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업무에 할애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술을 싫어하며,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고 싶은 나로서는 따라할 수 없는 능력치다.
다만, 한번 더 생각해 보면 남자라고 해서 남초 세계의 성공 법칙을 거스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성별의 문제가 아니다. 인정받는 남자 선배들도 다 위와 같은 특징을 가졌다. 워라밸을 지키는 남자 선배들은 다소 평범한 평가를 받고 있다.
제목에서 벗어난 이야기로 새나가는 것일 수 있지만, 일과 가정을 모두 챙기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럴 수 있는 분위기여야 가능하다는 생각이 급 든다. 모두가 9 to 6에만 일하면 내가 그 이후에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가 없다. 그 이후에는 무조건 동반자와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