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생각하면 안 되는 거 알지만 미혼이신 여성 분을 보면 편견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새로운 영업처를 뚫기 위한 첫 업무 미팅 자리. 아이스브레이킹을 위해 시시콜콜한 업계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던 중 기혼 남성은 미혼 여성인 내 앞에서 이런 멘트를 했다. 서두의 표현은 조심스러웠지만 스스럼없었고 당당했다.
맥락은 이러하다. 남초인 이 업계에서 살아남은 능력자 40대 여성을 얘기하다 그녀의 영업방식이 성적인 어필이라는 소문을 전달했다. 그 외에 다른 성공한 여성들의 '몸 영업' 사례를 추가적으로 들면서 그들의 공통점으로 예쁘고 능력 있는데 '미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혼인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다.
사례들만 봤을 땐 이해가 갔지만 매우 매우 찝찝한 문구였다. 당장 그 사람 앞에서는 '오...'라며 놀랍고 신기하다는 기색을 내비쳤으나, 2시간 넘게 이야기를 나눈 내용 중에 가장 인상 깊게 기억 남는 찝찝한 내용이랄까.
결혼을 앞둔 사람으로서 '곧 기혼여성이 돼서 다행이다'라는 어이없는 생각이 드는 스스로가 참... 아직까지도 생각이 이렇게 짧구나 하는 자책을 하게 되면서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답은 안 나온다.
그러던 중 한 미혼 여성 선배로부터 미혼으로서 업무를 할 때 갖는 한계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야근을 하다 보면 거래처 등 업무 관련자들에게 업무적인 연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간혹 생긴다. 이때 그들의 아내로부터 "왜 이 시간에 연락하느냐"는 지적을 받는데 이 모든 오해가 미혼 여성이기 때문이었다는 것.
일하는 여자에게는 결혼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얘기해 주기 위해 나누어주신 자신의 에피소드다.
이 사례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해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왠지 모를 이 찝찝한 마음은 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미혼 남자는 어쩌고'라는 말은 한번도 들은 적이 없는데 미혼 여자는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얘기를 들어서인가.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