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했을 때 '안 된다'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는 참모가 없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현 정권에 가까운 한 엘리트는 함께 한 저녁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는 반대했다"고 말하는 장관들은 모두 면피하기 위한 주장일 뿐 실제로는 강하게 반대하는 인물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그 자리에 있던 직장인 4명은 직장인으로서는 장관들을 이해했다. 지금까지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오며 충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들과 내 자리를 보존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또는 계엄이 이렇게 허술할 줄은 상상조차 못 한 채 혹시나 계엄이 성공했을 때 나에게 돌아올 콩고물까지. 짧은 찰나에 참으로 인간적으로 이기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는 없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직장인의 범주를 벗어난 고위공무원이라는 점에 있어서 마냥 이해해주기가 어렵다.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자리다. 어차피 임기직 자리. 이미 몇십 년간 공직에서 인정받으며 봉급 받아왔으면 이제는 잘리면 잘리는 대로 소신을 지킬 나이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