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있는데 친구가 없다.
이제는 그 어떤 핑계를 대도 30대인 나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쳐 직장까지. 수많은 집단에 속에서 어울리며 수많은 사람들과 어울렸다.
시절 친구들은 있었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솔직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누구누구 남았나 돌아볼 때, 찐(진짜) 친구라 할만한 사람이 없다. 내 마음속 깊은 이기적인 생각까지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남자친구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조금은 풋풋했던 대학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어서 대학 친구를 오랜만에 본 날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변한 나를 조금은 어색하게 보는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눌수록 점점 결이 맞지 않음을 느꼈고, 서로가 이 시간을 즐거워하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정말 좋은 친구인데, 지금의 나와는 맞지 않는 퍼즐조각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게 참으로 슬펐다. 바뀐 내가 야속하면서도 그동안 내가 겪은 현실들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였음을 이내 깨달으며, 또 한 명의 친구를 잃었음을 받아들인다.
앞으로의 나와 결이 맞는 또 다른 친구가 생기길 바라면서도 큰 욕심일 뿐이라고 체념하게 된다. 그럴수록 내 곁에 있는 유일하게 변하는 나마저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가족과 남자친구의 존재가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