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하는 진로고민
중학생 때부터 장래희망을 확정한 게 화근이었다.
아직 좁은 세상 밖에 모르는 시절. 뭘 안다고 '꿈'을 설정하고 그것만을 향해 달려왔을까. 목표를 달성한 지 6년 차. 인생 로드맵대로 흘러가는 커리어. 하지만 진로 고민도 6년간 현재진행형이다.
꿈과 관련한 학과에 입학까지. 척척 이루어지는 계획. 하지만 학과 공부와 대외활동을 하며 1학년 때부터 이내 깨달았다. 나는 그 직업과 알고 보면 맞지 않는 사람일 수 있겠구나.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술을 잘 마시고, 사람을 매료시킬만한 매력을 가져야 유리한 그 직업은 내가 중학교 때 생각한 필수 역량인 작문 및 스피치 능력 그 이상이 필요했다. 사교성보다 분석력이 더 장점이고, 친목보단 공부를 더 좋아하는 나와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나는 지난 6년이 아까워서. 안 해보고 후회할까봐. 꼬꼬마 14살 중학생이 세운 인생 계획대로 20살 성인이 목각인형처럼 따랐다. 진로를 틀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를 놓쳤다.
직업 특성상 '나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때마다 나는 진로고민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내 성향 상 회사 일 하느라 바빠서 다른 진로를 탐색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도돌이표 고민만 6년째다. 매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는 그 고민이 더 깊어진다.
지금도 어릴 때라지만, 확실히 30을 달면 선택지는 줄어든다. 예를 들면 30대 로스클 합격자는 매우 극소수다.
채널A에서 방영하는 '티쳐스'에서 생물학 연구원을 장래희망으로 정한 중3 아이가 나왔을 때 나는 내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됐다. 과학고를 가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말리는 엄마를 다들 이해 못 했다. 하지만 나는 아이가 추후 어떤 전공이든 선택할 수 있는 일반고가 아닌 과학고에 들어가서 선택지가 좁혀질까봐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언제쯤 정답을 찾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