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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 Nov 13. 2024

안세영 됐다

맹랑함 또는 용기

배드민턴계 MZ사태.


파리올림픽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는 배드민턴협회의 낡은 관행을 저격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직후 '소감' 대신 '작심발언'을 이어갔다.


배드민턴계에서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하는 협회장에게 맞서고자 그보다 윗선인 국민(언론)을 향해 부당함을 고발했다. 그 목소리는 대통령제인 한국에서 가장 꼭대기 권력인 대통령에게까지 닿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안세영 참석 만찬서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 청년 세대에게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배드민턴협회를 압박했다.


안세영은 무턱대고 지적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낼 만큼 당당해질 때까지 버텼다. 노력했다. 금메달이란 결과물이 나온 직후 터트렸다.


낡은 관행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지적하는 그의 행동은 누군가에게는 '맹랑함'으로, 누군가에게는 '당당한 용기'로 해석된다.


우리 회사에서 내가 안세영 역할을 맡게 된 사건이 있었다.


최근 우리 본부 산하 3개 부서는 정부 사업을 각자 따내는 성과를 냈다. 10시간짜리 회계 관련 교육을 필수로 들은 뒤 이수증을 내야 하는 정부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업무 담당자 2~3명과 재무 담당자 1명으로 팀이 꾸려진다. 세 팀에 공동으로 들어가 있는 재무 담당자 1명이 10시간짜리 교육을 들으면 모든 팀의 교육 의무가 해결된다.


그런데 우리 회사는 과거부터 쭉 각 팀의 업무 담당자가 각자 10시간씩 교육을 듣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즉 회사 인건비를 10시간어치만 써도 될 일을 30시간어치 쓰는 셈이다. 회계 관련 업무라 다른 회사는 재무 담당자가 듣는 내용이기도 했다.


모두가 비효율을 인지하고 있었다. 본부장도 알았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재무부가 소속된 본부장이 우리 본부장보다 선배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을 겪는 와중. 회사 2인자인 부사장에게 개인연락을 받았다. 공로를 치하하고자 1대 1로 점심을 사주겠다고 했다. 그 자리에서 부사장에게 작금의 사태를 전했다.


부사장은 즉각 임원을 모아두고 본부끼리 잘 조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재무부장이 일개 주니어인 나에게 이런저런 별 것도 아닌 이유로 1대 1 시비를 걸었다.


결론적으로 재무 담당자가 해당 교육을 듣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잔다르크가 된 안세영도 해피엔딩 쪽으로 결말이 기우는 모양새다. 최근 문체부는 김택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을 수사 의뢰하고 해임 요구했다.


두 사례는 어쩌면 X세대가 두려워하는 MZ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원칙'대로 행동하던 X세대에게는 막힌 목을 나 대신 뻥 뚫어주는 '사이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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