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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딥페이크 범죄자를 추적하는
사이버 탐정

"디지털 시대의 얼굴 도둑을 파헤치다"


홍콩 금융회사 대상 337억원의 딥페이크 사기


"송금하시면 됩니다. 바로 지금이요."

화상회의 속 홍콩 금융회사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착했다. 검은색 넥타이와 흰 셔츠, 테이블 위 반쯤 마신 아메리카노, 심지어 안경을 매만지는 그의 습관적인 제스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것은 '디지털 가면'을 쓴 범인이었다. 2024년 2월, 한 직원은 이렇게 2,560만 달러(한화 약 337억 원)를 범인의 손에 넘겼다. 며칠 뒤 진짜 최고재무책임자가 휴가에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221B 베이커가에서 메타버스까지


셜록홈즈가 살았던 시대에는 담배 재와 발자국이 결정적 증거였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미세한 섬유 하나가 범인을 특정하는 단서가 되었다. 하지만 21세기의 범인들은 더 이상 물리적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그들의 무기는 칼이나 총이 아닌, 당신의 정체성을 완벽히 복제하는 인공지능이다.

한 번의 사진 촬영으로, 당신의 수백 가지 표정과 목소리가 만들어진다. 2018년과 비교하면 딥페이크 범죄는 11배 이상 증가했다.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 당신의 얼굴은 누군가의 가면이 될 수 있다.


교실을 덮친 디지털 폭력의 그림자


"제 얼굴이... 이상한 영상에 쓰였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신고하는 10대들의 전화가 매일 경찰서로 걸려온다. 전국 500여 개 학교에서 2,00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23년 검거된 피의자의 73.6%가 10대였다는 점이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전교 회장 선거에 출마한 학생의 얼굴이 도용되어 음란물이 제작됐다.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 학생은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유형의 폭력은 기존 학교폭력 대책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라고 상담 교사들은 토로한다.


진화하는 범죄, 확장되는 피해


"초기에는 연예인들이 주요 타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 청소년, 심지어 교직원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이버범죄 수사팀 김영호 팀장의 말이다. 실제로 딥페이크 범죄는 단순한 얼굴 합성을 넘어, 정치인의 발언을 조작하거나 CEO를 사칭한 기업 사기까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당신의 얼굴을 지키는 실전 가이드


딥페이크를 식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당신의 직관을 믿고 아래 다섯 가지 포인트만 확인하면 된다.

첫째, 상대방의 눈동자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라. 

실제 사람의 눈은 평균 2-3초 간격으로 자연스럽게 깜빡인다. 하지만 딥페이크는 이 자연스러운 리듬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

둘째, 얼굴의 경계선을 확인하라. 

실제 영상에서는 얼굴과 목의 경계가 선명하고, 조명에 따른 그림자도 자연스럽다. 반면 딥페이크는 이 부분이 흐릿하거나 부자연스러운 블러 효과가 보인다.

셋째, 배경의 왜곡을 체크하라. 

진짜 영상은 배경이 일관되게 유지되지만, 딥페이크는 얼굴 주변으로 미세한 일그러짐이 발생한다.

넷째, 금전적인 요구가 있다면 반드시 다른 통화수단으로 본인 확인을 하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요청은 즉시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다섯째, 증거 수집을 잊지 말자. 

수상한 영상은 즉시 캡처하고 저장하라. 이런 기록들이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디지털 탐정, 새로운 시대의 파수꾼


"범인은 항상 실수를 한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마찬가지죠."

김태훈 사이버 탐정은 10년간 100건이 넘는 딥페이크 사건을 해결했다. 그의 무기는 고도화된 영상분석 기술과 범인의 심리를 꿰뚫는 통찰력이다.

글로벌 딥페이크 탐지 기술 시장은 2027년까지 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사이버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반면 영국에서는 이미 'Digital Detective'가 공인된 자격증이 되었고,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AI Fraud Investigator'가 새로운 직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법과 기술의 새로운 동맹


이 새로운 범죄와 싸우기 위해 우리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사이버 탐정직업에 대한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 

민간 조사원 자격을 제도화하고, 디지털 증거 수집에 대한 일정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둘째, 디지털 증거 수집과 분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 처럼 법정에서도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보고서 형식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셋째, 민간 전문가와 수사기관 사이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실시간 정보 공유 플랫폼과 정기적인 기술 교류가 필수적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정의


셜록홈즈가 지금을 살았다면, 확대경 대신 메타데이터를 들여다보았을 것이다. 그의 파이프 연기 대신 모니터 불빛이, 221B 베이커가 대신 사이버 수사실이 그의 무대가 되었을 것이다.

범죄가 진화하면 정의도 진화해야 한다. 이제 우리에겐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파수꾼이 필요하다. 당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현대판 셜록홈즈, 디지털 탐정의 시대가 왔다.


여러분은 이 새로운 도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주세요.

셜록탐정교수 최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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