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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uckuism Sep 10. 2017

이효리, 그녀에게 느끼는 '우리'

당신의 '나'는 어디에 있나요?

요즘 효리네 민박이 굉장히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나도 집에서 가족과 드믄드믄 보는 편이다.

오늘 효리네 민박 재방송을 보면서 어머니가 한 마디 하신다.


"잘 몰랐는데, 이 방송 보면서 이효리가 참 괜찮은 사람 같더라."


나는 조금 놀랐다. 도대체 방송의 어떤 부분에서 이효리가 괜찮다고 느끼는 것일까?


효리네 민박에서 이효리가 말한다.


"똥 싸는 것만 빼고 다 보여준 것 같아."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그녀의 치부를 포함한 모든 것을 보여줬는데, 왜 사람들은 그녀가 참 괜찮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나는 아마도 우리들에게 가장 결핍된 부분을 그녀가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효리는 적지않은 나이에 큰 성공을 거두고, 평생 경제적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부와 연예계에서의 명예를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 많은 것을 뒤로 하고 자신만의 인생을 찾으며 살고 있는데, 과연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방송 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다.

아이유와 이효리가 같이 있는데, 아이유의 팬이 아이유를 보더니 대성통곡을 한다. 그리고 이효리는 차 안에 앉아 그 모습을 나지막히 쳐다본다. 그 눈빛이 아련하기도 하고 슬프게도 보인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이효리에게 감정이입했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연예계 최고라고 생각했던 나의 모습. 그 모습과는 달리 점점 대중에게서는 잊혀지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나의 현실. 이 두 모습 사이의 괴리감은 당사자에게는 상상한 것 그 이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느 한 쪽을 선택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쪽의 내 모습을 선택하는 순간,  나의 다른 모습은 내가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과 같은 의미이게 되니까. 그런데 어느 한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이 두 모습이 전혀 다른 모습이라면 과연 무엇이 나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이 간극에서 오는 괴리감이 얼마나 컸을지, 나로서는 상상하기가 힘들었다. 연예인은 공황장애와 유사한 정신적인 질병을 많이 앓는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대중에게 기억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현실에서의 '나'가 다르니까. 내 자신에게 한 없이 물어도, 무엇이 진짜 내 자신인지 선택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이효리는 집을 돌아가며 아이유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이제는 자기가 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입장에 되었다며, 딸같은 아이유 덕분에 지금의 나를 볼 수 있게 되어서 참으로 고맙다고. 나는 이 부분에서 이효리가 참 성숙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연예계 최고였던 이효리는 더 이상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인정하며 지금 나의 모습이 어떤지, 앞으로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도 알고 있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의 첫 번째 단계는 지금의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인지하는 것 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아이유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짜 모습을 사랑하고, 나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고맙다고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현대인은 바쁘다. 중고등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학교에서는 내신, 학원에서는 선행학습을 하기 바쁘고, 대학생들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학점과 스펙을 쌓기 위해 바쁘고, 직장인들은 좀 더 나은 연봉과 가족의 부양을 위해 치열한 현업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다. 그런데 이 바쁨 안에서 정작 '나'는 없다. 필자는 이런 현실이 참 무섭다. 만약 이렇게 살던 중고등학생이 자신이 목표하던 대학이 모두 평준화되고, 이렇게 살던 대학생이 가고 싶던 모든 기업이 똑같아 지고, 이렇게 살던 직장인이 추구하던 더 높은 연봉이 필요없는 복지 좋은 사회가 되면 이들은 어떤 부분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 내가 목표로 하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 안에서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해 명쾌히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진정한 '나'는 불변하는 모습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런 '나'의 모습을 찾기 위해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과, 이런 '나'의 모습의 존재를 잊고 사는 사람의 삶은 많이 다르다. 연예계에서 자신이 이루었던 모든 것들을 버리고 제주도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한 삶을 꿈꾸며 사는 이효리.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삶에서 진정한 '나'를 찾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미래의 '나'를 꿈꾸며 산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지금 당신의 인생에는 진정한'나'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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