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계속 전진하고 있는 한국
얼마 전 뉴질랜드에 전통 얼굴문신을 한 마오리족 여자 앵커가 메인 뉴스를 맡았다는 기사를 봤다.
마오리족은 어릴 때부터 나이를 먹어가며 문신을 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과 섞여사는 호주나 뉴질랜드도 자연스럽게 문신에 대해선 굉장히 오픈된 분위기다. 그래도 메인뉴스 앵커가 얼굴에 문신을 하고 나온다는 건 여기서도 생소한 모양이었는지 기사의 댓글엔 이런저런 악플도 많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고 어느새 조용해졌다. 물론, 차별을 금지하는 법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방송환경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연히 얼굴 문신은 너무 먼 이야기이고 동성애자나 장애인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뭐 그렇게 깊은 생각은 하지 않고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며칠 후 우연히 '허우령'이라는 앵커가 마지막 방송을 한다는 영상을 보게 됐고, 그녀가 한국에는 여태 없는 줄 알았던 시각장애인이란 걸 알게 됐다.
물론 메인뉴스 진행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 역시나 세상은 변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비판이 가장 쉽다고, 이것저것 지적만 하며 자기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국 사회는 분명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변화를 위해 힘쓰는 사람도 많다.
생각보다 이런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공동체는 많지 않다. 우리가 우리에게 너무 냉정해서 자랑거리를 자랑거리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