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k컬처는 국뽕'이라는 사람들에게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다.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건 이미 여기저기서 입증됐으니 작품자체에 대한 언급은 무의미하다고 생각되고 (분명 k팝 팬이 아닌 성인이 보기엔 오글거릴 부분이 있지만, 어린 시절 아이돌을 좋아한 경험을 떠올려본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며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 봤다.
<데몬 헌터스>는 현시점 k팝뿐만 아니라 k컬처의 입지와 위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결정판 같았다.
대게 한 나라의 문화가 커 나갈 때는 고유의 색깔을 가진 채로 확장되기 마련인데 우리는 아쉽게도 완벽히 그 반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나긴 식민시절이 너무 많은 걸 파괴해 버려서 우리 것을 발전시킬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했고, 우리의 마인드마저 2등으로 만들어 버려서 우리 것은 촌스러운 것, 서양 것은 멋있는 것이란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버렸다.
그래서 우리 것은 저 뒤로 밀린 채, 한동안 외국의 것들만을 들여오기 바빴다. 그것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었고, 아쉽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그런 모방도 시간이 쌓이며 점점 발전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우리만이 가진 색깔들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k팝은 마니아문화다', 'k컬처는 과장이다'라는 시선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우리 문화는 그런 시선들을 이겨내고 분명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고 이제야 진짜 우리 것을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잃어버린 수십 년을 메워가는 시간.
언어도, 음악도 큰 결과물이 나오기까진 절대적인 시간이 꼭 필요하다. 셰익스피어가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지지 않은 것처럼.
기존 k컬처는 분명 뿌리가 없는 형태여서 한계가 뚜렷했다면, 최근 몇 년 사이 그 뿌리를 우리 것들로 채워 넣으며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비단 음악에서 뿐만 아니라 영화, 소설 등 다방면에서 우리 전통을 재해석하기도 하고 현대의 우리 문화를 섞기도 하며 전에 본 적 없던 새로움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데몬 헌터스>에서도 중간중간 보이는 단청문양, 완벽히 캐릭터화된 해태, 이제는 k컬처의 팬이라면 다 익숙할 일월오봉도, 저승사자, 갓, 낫 등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여기저기 자연스럽게 박혀있다. 그것도 아주 매력적으로.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존재하는 자학에 가까운 사대주의를 가진 사람들은 '국뽕'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우리의 성과를 깎아내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더 자랑하자, 우리가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는 기꺼이 '국뽕'을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