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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후기

연상호의 컴백(?)

by NINEBELL

연상호는 나에게 약간 애증의 인물이다.
특유의 음침함으로 독보적인 색깔을 냈던 애니메이션 감독시절을 참 좋아하는데 영화로 넘어오고 나선 이게 같은 사람이 만든 건가 싶을 정도로 색채를 잃었다. 흥행에 대성공한 부산행은 나에겐 최악의 영화 리스트에 올려져 있고 그나마 자신의 작품을 영화화한 지옥 정도가 볼만했다.
어쨌든 흥행엔 성공하며 더 이상 이전의 연상호는 못 보겠구나 싶었다.

그동안의 행보가 아무래도 자본에 의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음을 알리고 싶었던 걸까.
'계시록'에서 과거의 장점을 조금 되찾는가 싶더니 초저예산으로 만든 '얼굴'에서 그동안의 결핍을 한이라도 풀듯 꾸역꾸역 채워 넣었다.
연상호를 연상호답게 만드는 능력은 '악'을 다루는 데 있다. 연상호 악의 특징은 지나친 캐릭터화가 아닌 우리 바로 옆에 살고 있는 평범함 속의 악이다.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 음침하다.
연상호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그 '악'이 너무도 반가운 작품이었다.
단점을 찾으라면 아무래도 적은 예산에서 오는 부족함들이 눈에 띄지만 애초에 연상호의 작품은 큰돈이 필요하지 않은 스타일이다. 저예산에서 오는 그 거친 느낌이 오히려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린다.
거기에 그동안 영화를 만들며 쌓은 연출력이 더해지며 이젠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로도 그의 색깔을 확실히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올해 눈에 띄는 한국 영화가 유난히 없다가 '굿뉴스'를 보곤 좀 희망을 얻었는데 아마도 이번 시상식에선 '얼굴'이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을 다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직 '어쩔 수가 없다'를 못 봤기 때문일 수도 ㅋ)
어떤 시상식에서건 박정민이 남우주연상 하나는 꼭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영화판이 예년과 같은 분위기였으면 장담은 못할 수도 있지만)
허전한 올해 한국 영화계에 굿뉴스에 이어 또 하나의 수작이 나와 반갑다.


평점은 (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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