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24세,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걸까
2024년 6월, 나는 대학교를 졸업했다.
중국에 있는 한 사범대학교에서 국제한어교육이라는 전공으로 4년간의 대학생활을 마쳤다. 하지만 나의 대학생활에는 허점이 많았다.
일단,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9월에 으레 캠퍼스로 가서 대학생활을 시작해야 했지만 나는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 입국할 수 없다는 연락만 받은 채 2년 반이라는 시간을 내 방에서 온라인수업만 들어야 했다.
자연스럽게, 전공과 학교 그리고 배움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 남들은 대학생활을 즐기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리포트를 쓰고 각종 학교행사와 대외활동으로 바빴지만 나는 우리 안에 갇힌 사자처럼 그 안에서 잘났다고 생각하며 방구석에서 뒹굴대고 있을 뿐이었다.
학기마다 있는 시험은 거의 다 알려주다시피 하며 매년 제출해야 하는 HSK시험만 참여해 시험결과를 학교에 제출할 뿐이었다.
그러다 2022년 11월 드디어, 격리가 있었지만 중국에 입국할 수 있었고 나는 당장 비행기표를 사서 중국으로 향했다. 그 이후 나의 생활은 좀 나아지는 듯했다.
격리 후, 친구들과 만나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고, 같은 기숙사에 살면서 밥도 같이 먹고 놀러도 같이 나가고 파티에 술까지 마시며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참, 그때가 딱 겨울방학이랑 맞물린 시간이라는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그렇게 나는 중국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졸업할 때까지 향수병이라는 건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에 친구들과 격리 후 처음으로 밖에 놀러 간 날, 인연을 만나 연애도 시작했다.
하지만, 어딜 가든 권태로움은 피할 수 없는 것인지, 곧 반복되는 학교생활에 지쳐갔다. 다른 대학들과 달리 유달리 작은 캠퍼스, 유학생을 한데 몰아넣고 수업해 중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도 적었다. 다른 학교생활도 없어 참가할 수 없었다. 동아리는 사치였다. 학교에서 어떤 동아리가 진행 중인지 조차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곳에서 권태로움을 느끼며 지루하게 살다가 졸업을 했다.
졸업 후, 비자만료까지 시간이 남아 바로 귀국하지는 않았다. 친구들과 남자친구와 함께 몽골로 떠났다. 몽골은 남자친구의 고향이기도 해서 벌써 2번째 가는 거였다.
예상대로 즐거운 시간도 있지만 즐겁지 않은 시간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몽골여행은 2번째 떠났을 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보다 훨씬 힘들기만 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렇게 거진 한 달을 몽골에서 지내고 귀국하니 모든 것이 소중해졌다. 역시 나의 고향이라는 생각도 들고 공항에서부터 느껴지는 이 깨끗함이 "아, 난 원래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이었는데"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기도 했다. 집에 돌아와 콸콸 쏟아지는 물을 바라보며 감사함을 느끼는 순간도 있었는데..
그 감사함도 잠시 나는 빨리 직장을 찾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남자친구가 졸업 후 한국에 오려면 내가 안정적인 소득으로 직장에 1년 이상 재직을 해야 더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귀국 후 한 달도 안 되어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일을 할 수 있었다. 브랜드도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였고 사람들도 나이스하고 무엇보다 공항 근처에 기숙사까지 제공해 주었다. 월급도 초봉치고는 많은 편이었고 다른 복지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한 달도 못 다니고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더 풀도록 하겠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요양 아닌 요양을 하고 가족들이랑 국내여행도 가고 베트남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이번연도는 그렇게 쉬면서 다른 취업준비를 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또 중국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고 덜컥 신청을 해버려 현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약 일이 그렇게 풀린다면 6개월 이상은 중국에 있을 수 있다. 그 이후의 계획 또한 중국에 있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내 나이도 들어가고 경력도 쌓을 수 있을까 고민도 되지만 내가 무얼 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나는 확실히 답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누군가 그러더라, 직장을 찾는 게 아니라 직업을 찾아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나는 귀국한 후 직장만을 찾았다. 나의 적성은 어떻고 조건은 어떻고 따지지 않고 그냥 일자리를 주길래 덜컥 받은 것이다. 그러니 일이 잘 될 리가 있나.
그렇게 나는 인생의 중간지점에 서있다. 만 나이로 정해졌으니, 나는 이제 막 24살이 되었다. 한국사회에서는 젊지 않은 나이, 빨리 뭐라도 해야 하는 나이, 지금 놓치면 아무것도 못하는 나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내가 겪었던 외국에서의 24살은 정말 젊은 나이였다.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고 30살이 넘어서 대학에 들어온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30살이라는 나이에 주목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또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