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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으이구 Nov 18. 2024

방황하는 칼날이 어디 있냐 물으신다면 바로 나.

취준 일기 & 공시 실패 그 후.


 구직활동을 여전히 하고 있는 요즘 날 뽑을 회사가 있을까 싶긴 하다. 대학생 때 더 열심히 살걸,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졸업하자마자 지금처럼 준비해서 바로 취업할걸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어쩌겠나. 일은 벌어졌다. 공무원 시험을 아예 포기하고 외가, 친가 가족들을 뵙는 게 싫었고 쪽팔렸지만 또 어쩌겠나.라는 생각으로 허실허실 웃고 있으니 덩달아 어른들은 웃으셨다. '내년엔 제가 취직해서 맛있는 밥 사드릴게용~' 하고 맑게 웃으면 얘가 완전 맛탱이가 간 게 아니구나 하고 안심을 하시는 느낌. 동시에 늘 소환되는 우리 집 잘난 아들. 너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라도 일이 잘 풀리고, 인생이 잘 나가서 다행이다는 생각.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되는 혈육이다.


 모두가 아등바등 열심히 살고 있는 이 세상. 한 해가 거듭할수록 '아등바등'이라는 말은 발음되는 귀여운 음성에 비해 너무나 치열하고 차가운 단어임을 느낀다. 뭣 같아도, 때려치우고 싶어도, 일어나기 싫어도, 하기 싫어도 어쩌겠어 단념하고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라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CU연세크림빵을 사 먹으면서 고통을 잊는 수밖에. 



솔직히 말하면 취준기간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는 맞는 거 같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취준의 세계. 



귀하가 보여주신 열정과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쉽게도 으이구님은 귀사와 함께할 수 없음에 아쉬움을 표합니다. 
으이구님의 찬란한 앞날을 응원하겠습니다. 


본뜻 : 니는 우리와 일할 수 없다 이 애송아 ;; 

(렉시 애송이 재질)




님은 탈락이세용❤️

차라리 이렇게 예쁘고 간결하게 말하십시오. 

이건 눈이라도 귀엽지.





그러나 지금의 고민과 균열들이 이상하게도 날 집어삼키지 않는다. 왜일까에 대한 골똘한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엄마가 암에 걸렸어도, 시험에 3번이나 낙방해 인생에 길을 잃은 느낌이었어도, 나를 절대 떠나지 않을 것 같던 오래된 연인이 날 떠나도. 난 이상하게도 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공시를 준비한 것에 대한 후회를 하고 싶었으나 도무지 후회가 되지 않았다. 어쩌면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강한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그 시간 동안 난 진득하게 앉아 자제하는 방법을 배웠다. 특히나 감정을 자제하는 법을 배웠다.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슬픔이 몰려와도 꾸욱 참고 자리를 지키는 요령을 배웠다. 여기서 요령은 나름의 나만의 방법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절제까진 모르겠지만 나의 감정을 비우고 버리고 또, 품어내는 방법을 나만의 별거 아닌 골자로 만들어냈던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위기 상황일수록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변을 살피게 된다. 나 역시도 그랬다. 여기서 내가 무너진다면, 이 고통들이 날 집어삼키겠구나. 그러하다면 하나하나 곱씹어 음미하지 말고 빠르게 나를 관통하도록 두어야겠구나 싶었다.



  꽉 막힌 독서실을 전전하며 들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세상은 넓다. 꽉 막힌 곳에 있으면 있을수록 세상은 너무나 넓고, 하늘은 높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감정들은 섬세했음을 느꼈다. 수년간 나는 그 좁은 통속에 들어가 나의 그릇을 줄여갔다. 동시에 내 마음의 그릇도 쪼그라들었고, 한없이 찌질해졌다. 걷잡을 수 없게 히스테릭해졌고, 너무나 염세했다.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투명하고 맑은 웃음을 질투하기도 했다. 나는 도무지 웃을 수가 없는 날인데, 내가 사랑하는 너는 아무 걱정 없이 웃는구나 하고 말이다. 


 나를 그 좁은 통속에서 꺼내보니 알았다. 내가 목표한 인생이 아니더라도 꽤나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이구나. 내가 마음에 드는 옷을 입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고 웃음을 나누며, 따뜻한 울타리에서 '아무래도 오늘은 좀 즐거웠던 거 같아' 하고 잠드는 게 인생의 최고의 행복임을 망치로 머리를 뚜까 맞은 듯이 깨달았던 날이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뭣 같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다. 사회는 자꾸만 나를 거부하는 것만 같고 나를 끼워줄 틈조차 없어 보인다.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움직이는 유기체는 너무나 촘촘하고도 촘촘해서 나는 그 틈새를 공략할 수가 없다. 포기하고만 싶지만 그럴 수가 없음을 너 나 할 것 없이 잘 안다. 사람구실을 하는 것이 이리도 어렵고, 치밀해야 되는구나 싶다. 그러다 문득 지구는 만들어져 있고 그 위를 아장아장 살아가고 있는 게 내 현실이라면 살면서 종교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교회를 다녔던 것은 주변 어른들의 영향이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종교를 지니는 것은 나의 의지다. 종교에 대한 나의 골똘한 생각은 또 나중에 풀도록 해보겠다. 지금도 알 수 없는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물론 직장이 생기면 내 인생이 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믿는 신에게 묻고 싶다. 왜 나에게 이런 시기를 허락한 것이냐고. 그러나 난 알 수 없다. 그의 뜻이 있겠거니 하고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신을 탓하면 기분이 조금은 나아진다. 저물어가는 인간과 불쌍한 나를 원망하고 탓하기보다, 조물주라고 칭해지는 존재를 탓하면 조금은 있어 보인다. 몰라 난 그렇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나를 향한 연민은 조금만 해야 할 것이다. 




인생이 뭣 같아도 웃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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