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사기를 당하는가 (8)
소동은 그 뒤에도 한 차례 더 있었다. 목사의 말에 마지못해 우리를 끼워주기는 했지만, 문제는 금액이었다. 자신들의 지분이 크게 희석되는 건 성도가 아니라 예수님이라도 못 받아들일 일이었던 것이다.
"목사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럼 저분들도 저희 처음 했던 때처럼... 천만 원 정도만 하게 하시죠."
핏줄을 세우던 남자의 말에 나는 또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천만 원이라니. 이 좋은 기회에 고작 그 정도 돈만 태우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비트코인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누군가의 방해로 천만 원어치밖에 못 사게 된 상황과 다름없었다. 순간 그 남자가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졌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까지 욕심을 부릴까.
다른 기존 신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자, 나는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다행히 나 대신 우리 중 누군가가 입을 열어 주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천만 원 가지고 무슨... 적어도 이삼억은 넣어야지, 천만 원은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거 아닙니까"
이날 전까지는 그렇게 친절할 수 없었던 성도들이, 너무나도 살벌한 눈빛으로 우리를 쏘아보았다. 교회에 들어서는 우리를 웃음으로 맞아 주고, 추운 날 따뜻한 커피를 손수 타 주던 그 얼굴들이, 이글이글 타는 듯한 증오로 변해 있었다. 웅성거림은 점점 커지고, 폭발할 듯 긴장감이 고조되어 갔다.
바로 그 순간, 나를 격려해 주고 목사의 말을 대신 전해 주던 자그마한 여자가 입을 열었다. 입술을 떼기 직전, 그녀가 잠시 나를 잠시 바라본 것만 같은 기묘한 느낌이 스쳤다.
"우리 성도분들 마음은 알겠지만, 여기 분들도 정말 열심히 해 오셨잖아요. 그래도 조금은 할 수 있게 해 드려야지 않겠습니까. 이삼억은 처음부터 너무 과하고... 한 1억 정도면 어떻게 서로 만족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동의를 구하듯 나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런 시선에 순간 얼어붙었지만, 1억이라는 액수를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침 내가 가진 금액과 꼭 맞는 액수가 아니던가. 나는 가능한 한 가장 절실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티가 나게는 못하였지만 정말 온 힘을 다해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꼭 함께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내 간절한 바람이 전해진 탓일까. 약간의 불평과 웅성거림은 이어졌지만, 결국 그녀의 제안대로 마무리되었다. 목사는 우리에게 한 주 동안 천천히 생각하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이어가자고 했다. 나는 왜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지 조급했지만, 행여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릴까 아쉬운 마음을 누른 채 아내와 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금액은 정확히 내가 원하던 액수였다. 더 크면 들어가지 못하고, 더 적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기적이고 다혈질적인 사람들 때문에 판이 깨어질 뻔했지만, 마음씨 좋은 목사님과 자비로운 사람들 덕택에 간신히 동아줄을 붙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 파주에서 오갔던 대화들을 곱씹어 보니 이상하게도 마음 한 구석이 서늘했다. 분명 너무나도 원했던 기회인데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