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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우유강
Dec 08. 2024
벌써 1년
유방암 4기, Life goes on (1)
요즘
암환자가 정말 많은 거 같아요.
여태 살면서 암환자를 지근거리에서 본 경우가 서너 번 정도.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외조모님, 간암 상피암으로만 두 번 수술받은 남동생, 유방상피암 수술을 받았던 친구,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동료. 딱
그 정도였어요.
그런데 제가 4기 유방암 확진을 받고 보니 어쩌면 이렇게 암환자들이 많은지 속으로 놀라고 있습니다.
또 많이 마음 아픈 사실은 생각보다 젊은 암환자들이 정말 많다는 것이었어요.
정말 많아진 건지,
관심의
포커스가
변해서
생긴
당연한
현상인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말기암이 아니라서 다행이긴 하지만 수술
, 항암주사, 방사선 치료가 무의미한 4기 암환자.
4기 암의 경우 대부분은 2기나 3기를 거치고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다가 내장 전이로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거치는 게 보통이더라고요.
저의 경우는
암
진단의
마지막 확인 과정인
PET CT 촬영 판독에 의해
호르몬 양성
;원인,
침윤성
;암조직 특성,
유방
;원래 발생
장소
,
악성신생물
;종양의 성질)
이 왼쪽 유방에 4.7cm, 왼쪽 겨드랑이 림프에 줄줄이.. 양쪽 폐에 팥알만 하게 각 한 개씩...
따라서 4기!라고 땅! 땅! 땅! 선고.
왜 있잖아요.
그런 말 썼었거든요.
'
암을 선고받았다.'
라고
요.
선고란
판사가 피의자에게 지은 죄에 합당한 형을 내릴 때 사용하는 언어인데 유독 '
암환자'에게
선고받았다는 표현을 사용할까? 하고 전에 없던 의문이 생기더라고요.
지금은 그 표현을 잘 쓰지는 않지만
음.... 아마도
암에 걸리면 죽음이
다가오는 속도가
평균보다
》화아악~《 빨라지기 때문에
마치 사형선고받은 것 같다는 의미였었을까요?
그런데 제가 본 4기 암환자들의 삶을 슬쩍, 혹은 찌인하게
들여다보니
다들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답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물론
어쩌다
문득,
'
그때 요양병원 000호실에 있던 ㅁㅁ환자 기억나?'
'응.
'
.
.
'왜
?'
하고 묻는 순간 알게 되지요.
그분이 이제 다른 세상으로 가셨다는 걸요.
그분이 병원에 계실 때 얼마나 명랑 유쾌했는지,
얼마나 열심히 맨발 걷기를 하고,
씩씩한 얼굴로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고
요가와 그림 그리기 활동을 즐겁게 했는지를
기억하게 됩니다
.
'
뼈전이가 머리에 왔다더니...'
하지만
4기 암 환자가 이년이 지났어도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는 희소식도 있었답니다.
최근 정기적인 혈액검사 결과를 듣고 약처방을 받기 위해 진료대기 중이던 복도에서 정말 희귀하게 저와 똑같이 호르몬 양성 유방암 4기를 처음부터 때려 맞으신 분이 2년째라며 정말
건강해
보이는 모습으로 계셨어요.
유방암 4기
확진 후 5년 생존율은 34% 정도라고 합니다.
열 명 중 3~4명은 5년 이상 살 수도 있다는 거겠죠.
그러니
겨우 이년 가지고 무슨 호들갑이냐 하겠지만 호들갑의 핵심은
'보통의 삶'을 살고 있다는
거죠.
대부분의 4 기암은 표적항암약물치료나 임상실험 중인 신약 치료 말고는 따로 방법이 없는 게 [암환자에 대한 표준치료 매뉴얼]인데요.
비급여항목에 들어가는 고주파치료나 기타 면역증강을 위한 약물 치료, 고압산소치료를 위한 전문적인 암케어 요양병원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종합병원에서 권장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지나친 고비용이고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니까요.
어쨌든 당시에 여성 호르몬(완경기 이후에는 지방에서 만들어지는 유사 여성 호르몬)
과다 생성이 기반인
유방암 4기 가 초진인 경우는
비슷한 사례 찾기가 힘들었어요.
유튜브나 유방암환우 카페에서도 찾기가 힘들어서 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2023년 11월 16일부터 표적항암제인 키스칼리, 항호르몬제 페마라, 칼슘보완 및 Vit. D 보강제인 칼디 3을 처방받기 시작했으니 만약 그에 관한 자료가 이미 충분했다면 아마 제 검색 능력이 너무 부족했을 수도 있겠지요.
일단 가장 먼저 저를 강박했던 건 직장 문제였어요.
'이제 넌 out~.
직장에 폐 끼치지 말고 빨리 깔끔하게 정리해!'
저는 35년째 근무하고 있던 중학교 과학교사였거든요.
담임까지 하고 있었으니 학기 단위의 업무들이 있는데 중간에 병가를 내고 퇴직준비
를 하는 것도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더라고요.
뭐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것도 예측이 안되고 있어서 짙은 안갯속에 있는 것 같았어요.
사실 처음 뭔가 몸의 문제를 확연히 느꼈을 때부터 들었던 생각들은 이거였어요.
'어? 이거 이상한데? 뭐가 만져지는데?'
'이거 그거 아닌가?'
'cancer....... 일 거 같은....'
'어떻게 하지? 국외연수가 잡혀있는데 이제 취소하면 엄청 민폐고.'
'더 젊고 멋진 선생님들이 많으시니 후임 걱정은 no.no야.. 세상에 너 아니면 안 될 일은 없다는 걸 잊지 마.'
'그래도 아이들 지켜보며 기록해 주는 나이스 기록 항목은 내가 해둬야 하잖아.'
'수행평가 끝내줘야지.....'
'수업도 마무리를 잘해야 할 텐데...'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암환자로 판정이 되는 순간부터의 제 삶은 더 이상 예전과 같아질 수 없다
는 게 너무나 강렬하게 저의 모든 스케줄을 정하는데 중요한 가름자로 작용했어요.
정말 최대한의 시간을 벌고 싶었어요.
암환자가 아닌 그냥 일반인으로서의
여분의 시간을.
그렇게 결정한 것이
정해져 있던 해외연수(다른 사람과 바꿀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미. )를 잘 다녀오자.
또 이전에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최대한 많이 만날 기회를 갖자.
결혼식이나 장례식도 열심히 찾아다니면서 다시 만나기 힘든 인연의 선생님들을 많이 봐두자.
항암이 시작되면 좋아하는 날음식
등을 못 먹는다고 하니 많이 먹어두자.
팔다리 멀쩡할 때 많이 돌아다니자.
그리고 11월에 서울대병원 진료에 맞춰 병가를 내고 그러려면 한 달 전에
암밍아웃을
하자.
10월 말까지는 해둘 수 있는 모든 일을 마치자. etc.
아무튼 이후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첫째, 경제인구에서 비경제인구로 날개 없이 추락
둘째, 독립시켜야 할 청년 아들과 합쳐 살게 되는 싫기도 하고 싫지 않기도 한 애매한.
셋째, 시골의 내 집 세 놔주고 서울 와서 비싼 셋방살이
넷째, 식단의 변화 (좋아하던 떡, 빵, 술, 생선회, 육회, 삼겹살 등 지나친 당분 포함한 흰쌀, 밀가루음식과 지나친 육식 금지.... 몸무게 7kg 자연감량: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과체중이 적! )
다섯째, 맨발로 산길 걷기(독감 걸린 후로 못하고 있어요. 호중구 수치가 나빠지네요...)
여섯째, 적극적인 취미활동: 글쓰기모임, 독서모임, 꽃꽂이 클래스, 사찰음식 클래스 수강
일곱째, 친구들과 자주 만나기, 소통하기(너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엉엉...)
여덟째,
미쳤다 하고 브런치에 글 쓰기(한 달쯤
전 시작한
[미리의 시간]
을 소설로 계속 올리고 있음. 구독자는 많지 않지만 얼마나 소중한 분들인지 한 분 한 분 늘 때마다 가슴이 막 두근거립니다.
끼야호옷~ 하면서 소리도 지르고요.)
그렇게 지금까지 정말 쏜살같이 1년이 지났네요.
지난주에
일 년 만에 유방외과 진료를 받으러 갔었어요.
4기가 되는 순간 수술과 관련 있는 유방외과하고는 빠이빠이라서 일 년 만에 재진 받으러 갔는데
일 년 전
보다 초음파 상으로는 조금 줄었다고 합니다.
그 이틀 후에 종양내과(내장기관으로 전이된 4 기암의 경우 무조건 종양내과로 이관)에서 확인한 복부와 흉부 CT촬영 결과는
두 달 전
보다 아주 쪼금 커졌다고 합니다.
ㅋ~~
표적항암제를 쓰는 경우에 1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길 수가 있고 그다음에는 신약으로 또는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럼 안 되겠지 싶어 긴장하면서 관리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기력해져 가는 자신을 붙들어 세우기 위해 쓰는 글(소설을 쓰는 이유는
생산적
:??
창의적
인 일을 뭐라도 해야지 싶어서...) 말고도
첨부터 4기 암을 때려 맞는 경우에 저처럼 많이 당황하실 거 같아서 제 경험을 차츰 나눠보고 싶어서입니다.
그리고요.
제가 유방암임이 틀림없다고 판단한 후에 가장 오판한 것 중 하나를 고백하자면요.
암환자가 아닌
일반인으로서의 하루라도 더 벌기 위해 뒤로 미뤘던 병원진료
였답니다.
저는 과학교사였고 세포분열이 뭔지 알면서, 암세포란 것이 영생불사의 존재처럼 생로병사의 세포주기를 따르지 않고 [레고레고, 무조건
분
열이닷!! 늘리자 커지자 더 키우자.]를 실행하는 존재라는 걸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나가 분열해서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는 초기 과정에는 괜찮지만 100개가 분열하면 바로 200개가 되는 것처럼요.
이미 손으로 만져지는 크기이고 림프가 붓고 아플 정도면 혈액이나 림프에도 암세포가 엄청나게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고 덩어리가 계속해서 두 배수로 커진다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했거든요.
일종의 이머전시 알람이 뜬 상황이었는데....
그걸 놓쳤었더라고요.
실재적인 것에 대한 판단보다 정서적이거나 사회적인 책임감 같은 부분에 매몰되어 있었다는 것이 가장 잘못된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알아보고 혼자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것.
어리석은 판단이었어요.
제 몸에 정말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답니다.
만약 뭔가 이상한 사인이 몸에 나타난다?
암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일단 병원으로 가셔서 제대로 된 진단을 최대한 빨리 받으실 것을 무조건 권합니다.
너무 많은 이런저런 생각하지 마시고
암이란 녀석은 무조건,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암세포 분열을 멈추게
혹은
지연시켜야 한다
는 것을 잊지 마시고 주변 사람들과 계속 얘기하시기 바랍니다.
암밍아웃은 빠를수록, 널리 널리 알릴수록
I'ts good to U.
4기 유방암 환자의 삶은 지난 일 년은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고 편안했답니다.
아슬아슬한 불안정함을 껴안고 살고 있는 스릴 있는 시간들이지만
생각보다
좋았답니다.
저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아미인데요.
암이랑(아미랑) 살아가는 아미의 Life goes on을 조금씩 천천히 공유해 볼까 합니다.
***
Life goes on은 제가 좋아하는 BTS의 노래입니다.
들려드리고 싶네요...
가사와 뮤비 링크 올립니다~
https://youtu.be/-5q5mZbe3V8?si=DTxzYvokZFx1soZe
Life goes on
by BTS
어느 날 세상이 멈췄어.
아무런 예고도 하나 없이
봄은 기다림을 몰라서
눈치 없이 와버렸어
발자국이 지워진 거리
여기 넘어져있는 나
혼자 가네 시간이
미안해 말도 없이
오늘도 비가 내릴 것 같아
흠뻑 젖어버렸네
아직도 멈추질 않아
저 먹구름보다 빨리 달려가
그럼 될 줄 알았는데
나 겨우 사람인가 봐
몹시 아프네
세상이란 놈이 준 감기
덕분에 눌러보는 먼지 쌓인 되감기
넘어진 채 청하는 엇박자의 춤
겨울이 오면 내쉬자
더 뜨거운 숨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Like an echo in the forest
하루가 돌아오겠지
아무 일도 없단 듯이
Yeah life goes on
Like an arrow in the blue sky
또 하루 더 날아가지
On my pillow, on my table
Yeah life goes on
Like this again
이 음악을 빌려 너에게 나 전할게
사람들은 말해 세상이 다 변했대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
늘 하던 시작과 끝 ‘안녕’이란 말로
오늘과 내일을 또 함께 이어보자고
멈춰있지만 어둠에 숨지 마
빛은 또 떠오르니깐
끝이 보이지 않아
출구가 있긴 할까
발이 떼지질 않아 않아 oh
잠시 두 눈을 감아
여기 내 손을 잡아
저 미래로 달아나자
Like an echo in the forest
하루가 돌아오겠지
아무 일도 없단
듯이
Yeah life goes on
Like an arrow in the blue sky
또 하루 더 날아가
On my pillow, on my table
Yeah life goes on
Like this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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