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날수록 인생은 조금 단순하고 지루하다. 외교나 신기술 분야는 늘 시끄럽지만, 적어도 일상은 그렇다.
내가 원하던 꿈이나 동경하던 배경을 지닌 이들을 적지 않게 보았다. 유명하거나,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수상 이력이 있었다. 그러나 모두 비슷했다. 각자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이 있었다. 그 자존심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긴 말을 둘둘 감았다. 공식 수상은 없지만 얼마나 치열하게 썼는지, 대표작은 없지만 어릴 때부터 자신의 떡잎이 얼마나 달랐는지를 부지런히 서술했다.
지루하다. 어떤 자리에 오르던 결국 비슷한 모습이라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라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변호할 뿐이라는 것이. ‘실망했다’가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쫓던 삶도 결국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곳일까 하여.
자존심, 자부심.
내 자부심은 뭘까.
무기력한 걸까. 객관적인 걸까.
자부심이 없는 채로 살아가도 되는 걸까.
아니면 만들어야 할까.
어쩌면 나는 이미 선을 긋고 있나. 그들과 달리 매달리지 않는 평온한 모습을 지녔다고 자부하고 싶은 걸까. 멀리서 금방이라도 감길듯한 눈으로 응망하며, 이렇게 떨어져 있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고 웅얼거리는 사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