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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nny Brown Nov 29. 2024

페레로 로쉐의 마을, 이탈리아 피에몬테 알바

이탈리아 최고 부자가 된 초콜릿 가족


Bunny Brown씨가 페레로 로쉐를 처음 맛 본건 타임슬리퍼 Time Slipper 로 시간여행을 떠나 1983년의 이탈리아 밀라노를 여행하던 때였습니다. 밀라노에 새롭게 론칭한 프라다Prada 부티크 샾에서 연인 Alice에게 선물할 가방을 고르고 있던 Bunny Brown씨에게 요즘 이탈리아에서 아주 인기가 많은 초콜릿인데 한 번 맛 보라며 고급스러운 황금빛 포장지로 감싼 페레로 로쉐 한 알을 점원이 살짝 내밀었습니다.  


금박 포장지 안에서 새어나오는 향긋한 헤이즐넛 향과 고소한 통 헤이즐넛을 감싼 부드러운 초콜릿 크림, 그리고 그 위에 바삭한 웨하스와 잘게 뿌려진 헤이즐넛 조각을 맛 본 Bunny Brown씨는 "단언컨데, 지금껏 내가 맛 본 초콜릿 중 가장 완벽하게 조화롭다."고 점원에게 말했습니다.


평소에 '초콜릿을 더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그것에 대해 더 자세히 아는 것이다.'는 신조를 가지고 있던 Bunny Brown 씨는 페레로 로쉐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고, 부티크에서 서둘러 가방을 구매한 뒤 곧장 기차역으로 향했습니다. 페레로 로쉐 공장이 있는 알바 Alba 로 가서 이 위대한 초콜릿의 이야기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알바로 향하는 기차 안. 창 밖으로 보이는 이탈리아의 들판은 포근한 가을 햇살을 받아 페레로 로쉐의 포장지처럼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Bunny Brown씨의 코 끝에는 벌써부터 고소하고 달콤한 헤이즐넛 향기가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출처 : 페레로 공식 홈페이지





1. 페레로 초콜릿 전설의 시작, 피에몬테 알바


세계 2위 규모의 거대 초콜릿 기업 페레로의 시작은 194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Piedmont 주의 작은 마을 알바 Alba 에서 아내와 함께 제과점을 운영하며 빵과 초콜릿을 판매하던 피에트로 페레로 Pietro Ferrero (1898~1949)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카카오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초콜릿을 충분히 생산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피에트로 페레로의 제과점 (출처 : 페레로 공식 홈페이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는 더욱 더 고급 디저트였던 초콜릿은 만들기는 어렵지만 마진이 높아 피에트로 가족의 생계 유지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피에트로의 눈에 인근 지역 창고에 남아도는 헤이즐넛이 들어왔습니다. 


피에몬테 지역의 헤이즐넛은 예전부터 유럽 전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고급 품종이었는데, 역시나 세계대전으로 인한 수출 제한으로 공급할 곳이 사라져 지역의 애물단지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피에트로는 피에몬테 지방의 전통 초콜릿인 잔두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구운 헤이즐넛에 코코아버터, 코코아 파우더를 섞은 '파스타 잔두야 Pasta Gianduja' 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1946년 파스타 잔두야를 생산하는 첫번째 공장을 건설하면서 아들인 미켈레 Michele Ferrero (1925~2015)와 함께 본격적으로 초콜릿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피에트로 페레로가 개발한 초콜릿 '파스타 잔두야'




2. 세계관의 확장, 미켈레 페레로


페레로가 세계적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건 피에트로의 아들, 미켈레 페레로 덕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이후, 미켈레는 '파스타 잔두야'를 빵 위에 발라 먹을 수 있는 스프레드 형태로 만들어 1951년에 '슈퍼크레마'라는 이름으로 출시 했는데 출시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슈퍼크레마는 다시 1964년에 '누텔라'로 재출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스프레드가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당신이 아는 그 누텔라! 누텔라는 페레로 로쉐가 나오기 한참 전에 이미 페레로 가문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페레로 로쉐의 할아버지격 정도 되는 제품입니다. 


슈퍼크레마와 뉴텔라



미켈레 페레로는 누텔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하나의 세계적 히트 상품을 개발했는데, 이것 또한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초콜릿 브랜드 '킨더 초콜릿'입니다. 


1968년에 출시된 킨더 초콜릿은 단맛이 강하고 우유가 많이 들어간 것이 특징인데, Kinder가 독일어로 '어린이'를 뜻하는 단어인 만큼 유럽 베이비붐 세대의 어린 시절 대표적인 간식거리가 될 정도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부활절 달걀을 모티브로 초콜릿 안에 플라스틱 통을 담고 그 안에 장난감 선물을 넣은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와 한쪽에는 장난감이 들어 있고 다른 한 쪽에는 떠먹는 초코크림이 들어 있는 '킨더 조이' 또한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는데,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의 경우, 배송 시 파손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판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킨더 초콜릿(좌) / 킨더 서프라이즈 에그(중) / 킨더 조이(우)



킨더 초콜릿에 이어, 1969년에는 틱택을, 1982년에는 페레로 로쉐를 개발하면서 페레로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키워낸 미켈레 페레로는 1997년에 두 아들 피에트로 페레로 주니어와 지오반니 페레로, 두 형제에게 사업을 물려주었고, 2015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향년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우)




3. 초콜릿 제국의 완성, 페레로 로쉐


지금의 명성을 있게 해준 페레로 최고의 초콜릿, '페레로 로쉐'는 1982년에 미켈레 페레로가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고급 초콜릿"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개발한 제품입니다. 


로쉐 Rocher 는 프랑스어로 바위를 뜻하는데, 견과류 등을 넣어 바위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이 되게 만든 초콜릿을 의미합니다. 미켈레는 로쉐 안에 여러 층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조의 초콜릿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미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겉은 바삭한 웨이퍼와 다진 헤이즐넛으로 코팅하고, 안에는 밀크 초콜릿 크림과 통 헤이즐넛을 넣어 바삭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는데 이 독창적인 구조 덕분에 다른 초콜릿과는 차별화된 식감과 풍미를 제공했습니다.


출처 : shela choco diary


미켈레는 포장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금박 포장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면서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고급스러운 포장 덕분에 페레로 로쉐는 출시 초기부터 선물용으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연말연시, 발렌타인데이, 어버이날 등 특별한 날에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자리 잡았는데, 미켈레는 이 점을 마케팅 전략으로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페레로 로쉐는 '특별한 순간을 더욱 빛내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 페레로 로쉐 공식 홈페이지


미켈레는 항상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습니다. 페레로 로쉐에는 고품질의 헤이즐넛과 초콜릿이 사용되며, 특히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재배되는 최고급 헤이즐넛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재료 선택은 품질에 대한 신뢰를 높였고,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미켈레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두 아들은 10여년 동안 함께 회사를 운영했으나, 2011년에 형인 피에트로 페레로 주니어가 남아프리카에서 자전거를 타다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면서 둘째인 지오반니 페레로에게 운영권이 넘어갔고, 2017년부터는 전문 경영인을 CEO로 임명하여 회사 운영을 맡기고 있습니다. 


2023년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오반니 페레로의 순자산은 411억 달러로 세계부호 순위 28위에 올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혔고, 지금까지도 이탈리아 1위의 부자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지오반니 페레로 (출처 : 파이낸셜 타임스)




4. 미식의 도시, 피에몬테 알바


이탈리아 북부, 프랑스 접경 지역 인근에 위치한 피에몬테 알바는 페레로 로쉐 외에도 다양한 고급 식재료와 와인으로 유명한 곳으로, 전 세계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입니다. 



1) 화이트 트러플 

땅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화이트 트러플(흰송로버섯)은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매년 가을(10월~11월) 화이트 트러플 축제가 알바에서 열릴 정도로 알바의 화이트 트러플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트러플은 파스타, 리조토, 계란 요리 등에 얇게 갈아 올려 사용하는데, 그 강렬한 향과 풍미로 요리의 맛을 극대화합니다. 화이트 트러플을 얇게 갈아 올린 파스타, 타야린 알 타르투포 Tajarin al Tartufo 는 알바 지역의 대표 요리입니다.


화이트 트러플(좌) / 알바 트러플 축제 (중) / 타야린 알 타르투포 (우)


이탈리아 컨템포러리 뷰티를 추구하며 이탈리아산 화이트 트러플을 전 제품에 사용하고 있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달바 d’Alba 의 이름 또한 이 지역(알바)에서 따 온 것입니다. 


출처 : 달바 공식 홈페이지



2) 바롤로 와인

바롤로 Barolo 는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레드 와인 중 하나로, 이탈리아 최고 등급인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등급에 속합니다.


와인의 왕 King of Wines 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깊은 풍미를 자랑하는 바롤로는 피에몬테 지역의 자랑이자 이탈리아 와인의 상징으로, 그 깊고 복합적인 맛 덕분에 와인 애호가들이 꼭 한 번은 시도해보고 싶어하는 와인입니다.


브라사토 알 바롤로 Brasato al Barolo 는 바롤로 와인에 소고기를 오랫동안 저온에서 천천히 조리한 알바 지역의 전통 요리인데, 와인의 깊고 진한 맛이 고기에 스며들어 매우 부드럽고 풍미가 깊은 요리로 완성됩니다.


바를로 와인(좌) / 바를로 와이너리(중) / 브라사토 알 바를로(우)


3) 헤이즐넛

페레로 초콜릿의 주재료인 알바 지역의 헤이즐넛은 페레로 이전에도 최고의 품질로 유명했습니다. 피에몬테 지역의 기후와 토양은 헤이즐넛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하는데, 알프스 산맥에서 불어오는 찬바람과 따뜻한 지중해 기후의 조화는 헤이즐넛이 천천히 성숙하도록 도와, 풍부한 향과 단단한 식감을 갖추게 합니다.


헤이즐넛은 초콜릿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에 활용되는데, 헤이즐넛 케이크로 불리는 토르타 디 노치올라 Torta di Nocciola 는 피에몬테 지역을 대표하는 전통 디저트로, 밀가루 대신 부드럽게 갈아 만든 헤이즐넛 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여 고소하고 진한 맛이 특징입니다. 


알바 지역 헤이즐넛(좌) / 토르타 디 노치올라(우)





You Deserve It. 


알바 여행을 마치고 다시 밀라노로 돌아오는 기차 안, Bunny Brown씨는 꿈 속에서 초콜릿 공장 앞에 나란히 서 있는 피에트로와 미켈레 부자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지는 않았지만 꿈 속이어서인지 그들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공장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깔끔했고, 두 부자는 초콜릿 한 조각을 손에 들고 감격스럽게 그것을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공장을 짓고 처음 생산한 초콜릿인 것 같았습니다. Bunny Brown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에게 다가가 곁에 섰고, 피에트로와 미켈레는 고개를 들어 Bunny Brown씨를 돌아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공장을 짓고 처음 만든 초콜릿인데, 한 번 드셔 보시겠어요?" 아들 미켈레 페레로가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담은 채 Bunny Brown씨에게 물었습니다. 


"제가 이걸 먹을 자격이 있을까요?" 페레로 초콜릿의 위대한 시작을 감히 맛 볼 수 있다는 생각에 Bunny Brown씨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렸습니다. 


"You Deserve it. 세상 사람 누구나 초콜릿을 먹을 자격이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아버지 피에트로 페레로가 대답했습니다. 


Bunny Brown씨는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들의 손에서 초콜릿을 집어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헤이즐넛 향이 순식간에 입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먹었던 페레로 로쉐와는 생김새와 식감이 전혀 달랐지만, 맛은 비슷했습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입 속 구석구석에 남은 초콜릿을 혀로 찾아 그 감동스러운 맛을 한참 더 음미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페레로 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지 못한 걸 깨달은 Bunny Brown씨는 눈을 번쩍 떴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그들은 온데간데 없고, 기차는 방금 막 밀라노 역에 멈춰 서는 중이었습니다. 


'아, 꿈이었구나!' 그제서야 페레로 부자를 만난게 꿈이었다는 걸 깨달은 Bunny Brown씨의 머리 속에 피에트로 페레로의 마지막 말이 계속해서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습니다. 


You Deserve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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