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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향 밥상 Nov 21. 2024

식탁 위에 내려 앉은 단풍

그래, 오늘은 '닭볶음탕'이다.

 쏟아지는 빗방울에 여름이 옅어지고, 가을이 짙어진다. 여름의 작렬하던 햇볕은 붉게 물들어 가을의 따사로운 햇살이 되었고, 청량감 넘쳤던 산과 바다는 곱게 물들어 화려함으로 둘러싸였다. 푸르렇던 나뭇잎은 붉게 물들고, 길가에는 낙엽이 쌓여 간다. 짙어지는 단풍 속 떨어진 나뭇잎에 괜스레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진다. 아무래도 마음도 가을에 물들어 가나보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줄 음식이 필요하다. 이왕이면 붉은 단풍을 닮은 매콤함과 가을 특유의 쓸쓸함을 달래줄 약간의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는 음식이면 좋을 듯하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면서도 칼칼한 음식이라...


 그래, 오늘은 ‘닭볶음탕’이다.


 더운 여름에는 계곡에서 먹는 찐득한 단맛을, 추운 겨울에는 허름한 노포에서 먹는 뜨끈한 단맛을, 쌀쌀한 가을에는 그에 걸맞은 칼칼한 단맛을 선사해주는 닭볶음탕은 토막 낸 닭고기에 채소, 고추장 등의 양념 그리고 물을 넣고 끓인 한국의 음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닭고기와 채소를 볶은 후 물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모든 재료를 물에 넣고 한번에 끓여도, 재료를 볶은 후 물을 넣고 끓여도 모두 닭볶음탕이다. 물이 많아도, 적어도 모두 닭볶음탕이다. 그러니 꾸덕한 양념을 좋아하면 닭‘볶음’탕으로, 칼칼한 국물을 좋아하면 닭볶음‘탕’으로 먹으면 된다. 물론 두 가지 모두를 원한다면 닭‘볶음탕’으로 먹으면 된다. 오늘 내가 만들 닭볶음탕은 살짝 굽듯이 볶은 닭고기에다 재료가 잠길 정도만 물을 부어 양념을 한껏 머금은 닭고기와 칼칼한 국물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닭‘볶음탕’이다.



 [닭볶음탕]

 1. 물로 씻어준 닭을 끓는 물에서 10~15분 데친다. 

     (이때 월계수 잎, 생강, 통후추 등으로 잡내를 제거해준다.) 

 2. 데친 닭을 찬물로 씻어 불순물과 잔뼈를 제거해 준다.

 3. 냄비 또는 웍에서 데친 닭을 표면이 노릇해질 정도로 굽는다.

     (이때 맛술, 다진마늘, 후추를 넣고 구워줘도 좋다.)

 4. 노릇해지면 딱 잠길정도로 물을 붓는다.

 5. 양념(고추장, 국간장, 액젓, 매실청, 고춧가루, 생강가루, 다진마늘, 설탕)을 넣고 20분간 중불로 끓인다.

 6. 야채를 넣고 10분간 약불로 졸인다.

 7. 불을 끄고 대파를 풍성하게 올린다.


 Tip. 남은 양념에 라면 또는 밥을 볶아 먹으면 풍성한 한끼 식사를 완성할 수 있다.



 산자락에서 시작된 단풍이 식탁에도 내려 앉았다. 식탁 위에 따끈하게 피어난 단풍을 한입 베어 문다. 삶아낸 닭 특유의 촉촉함으로 부드럽게 뜯어지는 살과 매콤달콤한 양념, 그리고 고춧가루의 칼칼함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을 가득 채운다. 닭다리 하나, 닭날개 하나... 잡고 뜯고를 반복하다 보니 금세 냄비가 바닥을 드러낸다. 비어있는 냄비에 아쉬움이 차오를 때쯤 적당히 삶아 꼬들한 라면을 남은 양념에 볶는다. 볶으면서 살짝 불은 라면이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래, 이 맛에 라면사리를 추가하지. 식탁 위에 덩그러니 놓인 빈 그릇을 바라보며 두둑해진 배를 토닥인다. 올 가을의 화려함, 쓸쓸함 그리고 풍족함을 내 안에 가득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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