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일대기
난 지치고 힘들 때 달의 일생을 생각해보곤 한다.
보름이 되면
생색이라도 내듯 자기 자신을 환히 밝혀 뽐내고
하현이 되었을 땐
빛을 잃은 반쪽을 걱정하기보단 남은 반쪽을 과시하기 바쁘다.
그렇게 그믐이 되어선
더욱 뾰족하고 날이 선 모습으로 쏘아 비춘다.
그리고는 빛을 잃어버린 채 어둠으로 돌아간다.
스스로 어둠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들도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밤하늘 속 유일한 빛인 줄 알았던 난
이제 그들의 빛을 바라보며 칠흑 속
다시 빛날 그날을 기다린다.
거즘 초하루부터 초닷새에 달하는 길고도 짧은
심연의 밤을 거치고 나면
난 초승이 되어 넓은 접시에 그들을 담고
상현이 되어 반쪽짜리 월광을 힘껏 쏟아붓는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보름이 되었을 때
그동안 어둠 속에 받은 응원을 모아세차게 밝히며
그제서야 , 잘 지냈는지 아픈 곳은 없었는지
그들의 안부를 묻는다.
그렇게 때론 차올랐다가, 때론 사그라들며
한 달 그리고 한 해를 보내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