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스윙은 저축, 샷은 인출
"빈스윙은 저축이다."
공 없이 스윙하는 것을 빈스윙이라고 한다. “골프천재 홍대리”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공없이 치는 빈스윙과 공을 치는 샷으로 스윙을 구분하였다. 빈스윙은 우산으로 연습할 수도 있고, 시중에 파는 연습 도구로 장소에 상관없이 연습할 수도 있다. 책에 나온 빈스윙이 중요한 이유가 무척 마음에 와 닿았는데, 빈스윙은 저축이고, 샷은 저축한 것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 해석이 그 땐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빈스윙은 저축이라는 말이 무척 값지게 느껴진다.
<골프 일기>
빈스윙, 공 없이 스윙하는 것.
공이 있으면 불안해 진다.
정확히 맞춰야 하고, 몸에 힘도 들어가고,
그립도 신경쓰고, 코킹도 신경 쓰이고,
백스윙도 신경써야 하고, 다운스윙도 신경 쓰이고,
임팩트도 신경 쓰이고,
모든 스윙은 같아야 하기에, 빈스윙은 큰 도움이 된다.
빈스윙은 마치 우물을 깊게 파는 것과 같다.
깊게 파면 팔수록 많은 물을 가지게 되고, 한결같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500번 빈스윙,
20일에 만 번,
40일에 2만 번,
2달이면 3만 번,
"빈스윙이 템포를 만들어 준다."
빈스윙의 가장 좋은 점은 느리게 스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샷을 하기 전 빈스윙 할 때는 그렇게 부드럽게 하다가, 막상 공 앞에 서면 사정없이 휘두르는 나를 보면서 느꼈다. 초보 때나 지금이나 많은 미스샷의 원인은 빠른 스윙이다. 그래서 동반자들이 가장 많이 해 주는 조언이 천천히 스윙하라는 말이고, 나 또한 동반자에게 천천히 스윙하라고 말하곤 한다. 빈스윙의 템포를 유지하기 위해 빈스윙을 많이 연습했다. 빈스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나만의 템포가 일정했다. 라베(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쓰는 날에는 특징이 있었다. 18홀 내내 힘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리하지 않은 일정한 스윙템포를 유지하는 날 좋은 컨디션을 유지했던 것 같다.
"다운스윙을 슬로모션으로..."
빈스윙은 다운스윙을 슬로모션처럼 휘둘러 볼 수 있다. 이 연습이 골프 실력을 한 단계 올려주는 계기가 되었었다. 그 이유는 클럽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클럽의 무게로 바닥에 클럽을 던지 듯 스윙하면 느낌이 굉장히 상쾌했고 바닥에서 꿍꿍대는 소리는 경괘하고 좋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느린 속도부터 조금씩 스윙 스피드를 올리면서 클럽의 무게로 던지는 연습은 아직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빈스윙처럼 클럽의 무게를 느끼면서 샷을 하고 싶지만 아직도 쉽지 않다. 공만보면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고 스윙은 어찌나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되는지 정말 신기할 노릇이다. 결국 빈스윙을 많이 해서 몸에 익히는 수밖에 없는 듯하다.
"샷은 인출"
빈스윙의 템포를 유지한 채 공을 치는 것은 오직 빈스윙 연습량에 달려 있었다. 빈스윙으로 템포를 아무리 맞춰 놓아도 스크린을 한 번 다녀오거나, 필드를 한 번 다녀오면 템포가 미세하게 틀어졌다. 그래서 지금도 좋은 컨디션을 오래 유지하기가 너무 힘든 것 같다. 샷에 대한 감이 나빠질 때마다 나는 '샷은 인출'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미 다 꺼내 써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