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회고와 고백, 그리고 성찰.
잘 써야 한다.
글을 쓸 때마다 항상 품는 생각이다. 도저히 끊어낼 수 없는 문장이다.
가능한 한 멋들어지게. 간결하면서도 확실하게. 단어 하나, 조사 하나에도 고민의 깊이가 들어가도록.
그렇게 이것저것 기준을 꽂다 보면, 어느새 정제된 생각을 갖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 원본의 흔적은 없다. 손길을 거친 생각들은, 예쁜 포장지에 싸여 '2+1 이벤트', '10% 할인' 같은 유치한 문구들까지 주렁주렁 달고 있다.
어쩌면 상업적으로 이게 맞는 길일지도 모른다. 단순히 투고라는 관점에서만 놓고 보면 결국, 글은 남들에게 읽히기 위한 거니까. 상투적인 수식어가 붙으면 뭐 어떤가. 하나만 더 팔아먹으면 그걸로 그만인 거다.
그런 생각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글을 써봤다. 고뇌 속에서 글감을 뽑아내고, 고통스럽게 그것을 편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완성한 글은 끔찍하게도 맛이 없었다. 제아무리 가공을 잘한다 해도 원재료가 형편없으니, 만족스러운 글을 뽑아내려야 뽑아낼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얼마 가지 않아 글감도 바닥났다. 하나하나 조건을 두다 보니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고, 어쩌다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라도 영 만족스럽질 않았다.
작문에 있어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 단순히 듣기만 했을 때는 별 거 아닌 내용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해보려 하면 진짜 그만큼 힘든 일이 없다.
댓글이 평소보다 적게 달렸을 때. 좋아요 개수가 평소보다 적을 때.
그럴 때가 되면 '이번 글은 좀 별로였나' 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하곤 하니까.
그래도, 다시 노력해보려 한다. 내가 글에 다시 열정을 찾을 때까지, 치장 하나 걸치지 않은 수수한 활자를 멋대로 써보려 한다.
그것도 글이니까.
투박하게 적어낸 검은색 자취도, 모두 내 생각을 담아주는 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