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25년, 그리고 나의 미래는 무엇일까?
'불혹, 미혹되지 않음'
불혹의 나이가 됐을 때, 난 내심 환호성을 질렀다.
'이런 게 불혹이구나!'
회사에서는 꽤나 인정받는 직원이었고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다. 적당한 경력과 능동적인 태도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낫다고 자평했고, 적당하게 높은 고과 평가가 그 사실을 뒷받침했다. 어린 시절 겪었던 많은 갈등 상황들은 불혹의 나이가 된 나에게 사소한 문제로 생각이 됐다. '이런 것이 연륜인가?'
그로부터 몇 년 동안 새로운 업무를 맡으면서 정신없이 지나갔다. 회사에 '매우' 충실한 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게 내 소명이었고, 미래를 위한 준비였으며, 당장은 야근 특근 수당이 집에 백만 원 이백만 원의 수입을 보태줬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학원비며 뭐며 씀씀이는 커져갔기 때문에 그런 돈도 사실 고마웠던 것이 사실이다.
불혹이 되면서 이제 정말 성인이 된 것 같았던 기분, 어린 시절 고민거리들이 하찮게 느껴졌던 순간은 말 그대로 순간처럼 지나갔다. 회사가 나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점점 높아졌고, 믿을만한 직원인 나는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에 인정을 받기 위해,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하지만, 직장에서의 삶 전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기까지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직장에서의 성공은 진급이고 더 많은 연봉이지만,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져갔다. 그리고, 어느 날, 인정했다. 이젠 진급의 기회가 오진 않겠구나, 연봉은 지금이 최대이구나.
그리고, '진정 성공한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삶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마흔 다섯 즈음의 나는 번민에 휩싸였다. 아빠란, 남편이란, 직장인이란, 리더란… 여러 가지 사회적 위치에서는 작아짐을 느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지면 어떨지 가정을 하면 쉬운 문제라도, 수많은 관계, 특히 가장 가까운 관계를 고려하는 순간이 되면 선택의 문제는 극악의 난이도가 되어버린다.
며칠 전 본 짧은 동영상에서 나온 한 문구가 머릿속에 맴돈다.
'또래 집단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슈퍼맨처럼 활동하는 아빠들은 가정에선 쭈글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