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쓰고 자소설이라 읽는다
-PROLOGUE-
<취업준비생>
이 단어 덕분에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인도 아니며, 그렇다고 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닌 이 애매한 위치의 '나'를 부를 이름이 생겼습니다. 이로써 요새 뭐하냐는 물음에 할 말이 생겼군요.
"취업준비 하고 있어요."
짧은 혹은 긴 시간의 고민을 거쳐 그 위에 새로운 이름을 덧붙였습니다. 언론고시준비생.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고 제가 가장 처음 한 일은? 언론사 입사 준비생의 성지와도 같은 공간, 다음 까페의 <아랑>에 가입한 것이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수많은 합격 선배들의 비결, 공부방법, 면접비법 등 속에서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셨냐고. 어떤 마음으로 공부하셨냐고. 어떤 불안과 기대와 조급함과 욕망을 가지셨냐고. 한 달, 두 달이 지날수록 그 물음은 옆에 있는 친구들에게,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하고 퇴근하는 얼굴들에게, 누구든 이름을 대면 알 법한 명사들에게 던져졌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는 대답을 이제는 제가 적어나가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에겐 짧고, 누군가에겐 길 '취업준비'의 과정은 "요즘 정말 젊은 애들 취업하기 힘들다"라는 문장으로 정리되어선 안되지 않을까요?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는 결국 어떻게 살고자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고, 왜 OO이 되고 싶은가의 물음은 결국 나는 왜 계속 OO를 하고 있는가의 물음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가지 않은 수만갈래의 길들을 뛰어다니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러나 계속되는 마음속의 저울질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PD를 준비하는 길로 돌아오는 비틀거림을 저는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긍정의 필터를 무한개쯤 장착한 상태에서 취업준비기가 가져다주는 어리숙함의 특혜를 무한정 누려보고자 합니다. 프로페셔널이 되고 싶은 아마추어의 코스프레 이야기(취업준비)에는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아마추어함이 듬뿍 드러날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유치하고 이상적이며 그래서 진정성 있는 직업이야기,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나요?>라는 물음과 대답을 지리하게 주고받는 24시 취업준비생의 일상을 '브런치'에 공개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