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두둥, 둥, 두둥둥!
북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사람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둘러앉아있었다. 분위기는 매우 엄숙해 숨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원 가운데에 앉은 소녀와 그녀의 맞은편에 앉은 노인을 보며 굳은 얼굴을 한 채였다.
검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담뱃대를 입에 물고 숨을 깊게 들이쉬더니 훅 하고 내뱉었다. 연달아 반복하자 곧 자욱한 담배연기가 소녀의 시야를 가렸다. 자욱한 연기를 뚫고 노인이 한 손을 들어 까닥였다. 소녀는 무릎걸음으로 그의 앞에 나아가 앉았다.
노인의 엄지손가락에는 빨간 염료가 칠해져 있었다. 그는 소녀의 이마와 양 볼을 문질러 문양을 만들었다.
소녀와 노인의 눈이 마주쳤다. 노인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으로 소녀의 눈 속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녀의 어깨너머를 손으로 가리켰다.
소녀가 벌떡 일어났다.
사람들 속에서 두 남녀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왔다.
"아이샤, 너에게 가호가 있기를."
아이샤의 어머니가 그녀의 목에 장식이 달린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걱정 가득한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이샤는 어머니를 한 번 안아주고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이샤와 닮은 얼굴로 고개를 한차례 끄덕였다. 아이샤 역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들을 지나쳐 동굴로 향했다.
동굴에 들어서자마자 한기가 느껴졌다. 동굴 안쪽의 깊은 물 때문이었다.
아이샤는 물 앞에서 겉옷을 벗었다. 성인식을 위해 입은 옷은 화려하고 아름다웠으나 두툼하고 무거웠다. 물속에서는 방해만 될 뿐이었다. 그 뒤 신발을 벗어 옷 옆에 두었다.
아이샤는 몸을 가볍게 움직였다. 그리고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첨벙!'
그녀는 재빠르게 발을 놀려 물속으로, 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 동굴은 구조가 매우 특이하여 물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더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거길 통과하면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곳이 아이샤의 목적지였다.
이 날을 위해 아이샤는 잠영을 연습해 왔다. 그녀의 부족민들은 근처에 강가가 있어 수영에 익숙했다. 아이샤 역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었지만, 이 동굴의 깊이는 심상찮았다. 그래서 성인식을 치르는 장소로 선정되었는지도 모른다. 아이샤의 부족은 강한 것을 삶의 자격으로 여겼다.
한없이 아래로 내려가기만 하던 아이샤의 속도가 느려졌다. 이토록 깊은 곳에서 헤엄쳐 보기는 그녀도 처음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점점 더 버거워졌다.
그러나 아이샤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최선을 다해 밑으로 향하던 그녀의 눈에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뼈들이 보였다. 언뜻 보아도 인골이었다.
아이샤는 눈을 부릅떴다. 입가에 한차례 힘을 주며 속으로 외쳤다.
'패배자는 되지 않는다, 절대로!'
그녀는 한층 더 힘차게 발장구를 쳤다. 호흡이 점차 가빠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