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마친 딸에게 쓰는 편지
< 크리스마스를 꿈꾸며 >
드디어, 수능이 끝났구나.
...
수능이 끝난 오늘,
이제 치열했던 교실을 나와 집으로 가서 자기 자신을 토닥여 주기를 바라.
사람은 살면서 때로는 남으로부터의 위로가 아무 소용이 없는 순간이 온단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을 잘 토닥여 주고 쓰다듬어 주고 달래주어야 한단다.
이렇게 말해.
“그래, 불쌍한 나 자신”
“그래, 고생한 나 자신”
“여기까지 참 잘 왔다”
“여기까지 참 잘 버텨 주었다”
“조금 더 힘내자”
지난 3년 얼마나 힘들었느냐.
보고 싶은 영화도 못 보고
드라마도 못 보고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맛있는 거 하나 여유 있게 못 먹고
자려고 해도, 자는 것조차 죄책감 느끼면서 고생하며 지난 3년을 살았구나.
이제 더 이상 자기를 혼내지 말고,
이제 더 이상 죄책감에 시달리지 말기를 바라.
네 인생에 이렇게 치열했던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 충분히 잘해 주었다.
여기까지 정말 잘 와주었고 정말 수고해 주었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가 올 것이다.
자유와 낭만이 하늘 가득 내리는 거리에 캐럴이 울리면
트리로 반짝이는 명동거리를 달려가거라.
내 심장 같은 딸아.
수고했다는 말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구나.